[기자수첩]産銀의 '남다른' 벤처투자

[기자수첩]産銀의 '남다른' 벤처투자

임동욱 기자
2006.04.12 09:47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며 황사를 씻어내리던 지난 10일 아침, 미니버스 한 대가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을 출발했다. 시화공단에 위치한 한 벤처기업에게 '초기 기술사업화펀드 투자기업 1호' 지정서 전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배차된 차량이었다.

답답한 길 상황으로 예정보다 30분이나 늦게 도착한 일행은 바로 지정서 전달식과 간단한 인삿말을 나누고 행사를 마쳤다.

그 후 벤처기업 대표의 안내로 공장 방문을 시작했다. 지금껏 취재 과정에서 봐 왔던 기존 공장 견학과는 너무나 달랐다. 야속한 표현일 지 몰라도 '볼 만한 거리'가 없었다.

첨단소재 개발업체인 이 기업은 고가의 장비를 들여놓을 여력이 되지 못해 연구실을 다른 업체들와 함께 쓰고 있었다. 또 회사의 자체 실험실은 외관상 고등학교 과학실험실의 수준을 크게 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단촐했다.

현장을 보며 끊임없는 의문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겉으로 볼품없는 이 기업에어떻게 산업은행이 투자를 결심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기업의 기술력과 함께 미래의 모습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는 산은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옆 자리의 한 관계자는 "만약 우리(산은)가 이 기업의 재정이나 매출에 집착했다면 도저히 투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정과 기술만을 가지고 막 시작한 회사는 단촐할 수 밖에 없다. 값비싼 장비와 화려한 공간을 갖췄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과거 우리경제는 화려하게 치장된 무늬만 '벤처'인 기업에 투자하다 많은 비용을 치른 바 있다.

산은의 벤처투자 결과는 사실 아무도 알 수 없다. 엔젤투자자나 할 수있는 일을 자처하고 나선만큼 감당해야 할 위험도 크다. 그러나 성장동력이 희미해지는 시점에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누군가는 위험을 안고 가능성있는 벤처에 투자해줘야한다. 산은이 국책은행으로서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이다.

산은의 이번 실험이 빛을 보기를 희망한다. 국익을 위한 과감한 도전이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 의도는 왜곡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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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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