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닭이냐 달걀이냐' 보증의 재발견

[현장클릭]'닭이냐 달걀이냐' 보증의 재발견

김진형 기자
2006.04.24 08:31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대출받기 위해 보증이 필요할까요, 아니면 보증이 있기 때문에 대출이 가능할까요.

같은 말을 가지고 말 장난 하느냐고 따지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증은 대출을 받기 위해 필요한 부수적인 조건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은행이 고객들에게 '대출 받을려면 담보를 내놓던지 아니면 보증을 받아오라'고 요구하는 관행 때문에 생긴 인식일 겁니다.

하지만 신용보증기금이 최근 내놓은 '장기분할해지보증'은 보증이 대출의 부수적인 조건인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장기분할해지보증은 신보가 기업에 3년에서 최장 6년까지 보증을 서되 대신 이 기간동안 보증을 정해진 비율만큼 줄여나가는 구조입니다. 대출금을 장기간 나눠 갚는 장기분할상환대출을 떠올리시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통상 신보의 보증은 1년 단위로 연장하거나 갱신하도록 돼 있지만 기업들은 이 제도를 이용해 장기간 보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신보는 이 보증제도를 활용해 대출할 은행들은 신보와 협약을 맺자고 제안했습니다. 하나은행이 제일 먼저 손을 들었고 하나은행은 지난 14일 '은행권 최초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장기분할상환대출을 출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신보에 따르면 4월까지는 대부분 은행들이 신보와 협약을 맺고 이 대출을 실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이 장기간 조금씩 대출을 갚아나가는 신상품인 '장기분할상환대출'은 하나은행을 통해 시장에 나왔지만 결국 신보의 보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상품이었던 셈입니다. '보증이 대출에 따라가는 부산물이 아니라 대출을 끌고 가는 선도적인 역할'을 한 사례죠.

비슷한 경우는 또 있습니다. 신보는 지난해 SK텔레콤으로부터 20억원을 출연받았습니다. 그 돈으로 SK텔레콤의 협력업체들에게 보증을 해 달라는 겁니다. 신보는 출연금의 20배까지 보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20억원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하나은행은 신보의 이 보증을 기반으로 SK텔레콤 협력업체들에게 대출을 했습니다. 신보의 보증이 'SK텔레콤 협력업체 대출'이라는 상품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보증과 대출의 선후(先後)관계를 굳이 가려보려고 하는 것은 신용보증기금과 같은 보증기관이 중요성에 비해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자, 이제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보증이 먼저일까요, 대출이 먼저일까요.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