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떳떳한 증여'로 후계구도 공식화(종합)

신세계,'떳떳한 증여'로 후계구도 공식화(종합)

상하이=홍기삼 기자, 김경환
2006.05.14 18:18

논란 정면돌파로 명분 선점… 정 부사장 경영전면에 나서는 건 시차 둘듯

재계에 경영권 편법 승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가 구학서 사장의 중국 상하이 발언을 통해 `(오너 일가가)세금 낼 거 다 내고 떳떳하게 경영권 승계를 할 것'이라는 내용의`정공법'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끈다.

그룹을 총괄하고 있는 구 사장의 이번 언급은 대주주이자 그룹의 실질적인 총수인 이명희 회장과의 충분한 교감과 치밀한 계산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의 이같은 방침은 `정정당당하게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겠다'는 원칙론을 표방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는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편법 승계 등에 대한 검찰 수사 끝에 구속되고 삼성그룹도 이재용 상무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취득 논란 때문에 고심하는 등 후계 문제로 뒤숭숭하다.

신세계그룹은 참여연대가 광주신세계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을 제기해 법적 공방에 들어가 있다. 그만큼 예민한 시기에 이런 발표를 했다는 것 자체가 신세계의 의도를 짐작케 한다. `깜짝 놀랄만한 세금'을 통한 `정당한 승계'로 이슈를 정면 돌파하는 편이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에 부합할 뿐 아니라 참여연대와의 분쟁에서 명분을 선점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이 외아들인 정용진 부사장에게로 지분을 넘겨주는 작업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돌고있다. 그러나 단시일내 정부사장의 경영 참여폭이 파격적으로 확대될 것 같지는 않다는게 신세계 내부의 분석이다.

◇이미 준비된 승계 시나리오? 〓구학서 사장의 상하이 발언으로 신세계의 후계 승계 과정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신세계가 이미 정용진 부사장에게 사전 증여를 통해 후계구도를 물려주겠다는 구상을 끝낸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구 사장은 "이미 증여는 준비가 돼 있으며 올 가을부터라도 세금을 낼 수 있다"고 밝혀 정 부사장으로 주식 증여와 경영권 이전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신세계 지분 15.33%를, 남편인 정재은 명예회장은 7.82%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정용진 부사장이 4.86%, 정유경 웨스틴조선호텔 상무가 0.6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이미 신세계 주식 3만7600주를 꾸준히 매수, 지분율을 4.66%에서 4.86%로 끌어올렸다. 정 부사장의 지분매입은 당시 신세계가 경영권 승계에 나섰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12일 종가기준으로 신세계의 시가총액은 8조6190억원이었다. 이중 이 회장과 정 명예회장이 전체 지분의 23.2%를 보유하고 있어 2조원 가량이 증여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증여 및 상속세 규모도 1조원을 웃 돌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이 회장 부부의 지분을 모두 정 부사장에게 증여하고 세금을 납부할 경우 정 부사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산술적으로 16~17%선으로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세금을 낼 현금이 없기 때문에 주식으로 현물 납세를 해야하기 때문. 구사장도 이 문제에 대해 "현물로 세금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지분율이 낮아져도 오너일가의 그룹 지배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는 5% 이상 대주주가 이 회장과 정 명예회장 밖에 없다. 따라서 일단 최 부사장이 증여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 후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에는 별다른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사장 경영 전면 부상은 언제? 〓이로써 정 부사장에게로의 지분 승계 구도가 분명해지기는 했지만, 주식 증여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해도 정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건 시차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구학서 사장은 "재벌 2,3세 경영과 관련해 좋지 않은 사회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차원에서 지분의 사전 정리를 하겠다는 것이지 경영권을 물려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비교적 전문경영인 기반이 튼튼한데다 이명희 회장도 시시콜콜 경영에 관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따라서 정 부사장은 지분 승계를 통해 그룹내 입지를 착실히 다지고 경영수업을 하는데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그룹 내 후계 구도가 복잡하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정부사장 1인 승계 구도인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명분 선점 효과 기대 〓신세계는 `떳떳한 증여'를 통해 여론을 우군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최근 신세계는 참여연대와 법적 공방을 진행중이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6일 고발장을 통해 "광주신세계는 1998년 4월 당시 신세계 이사였던 정용진 부사장이 저가에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유상증자 지분을 몰아줘 420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광주신세계 주주인 신세계가 정 부사장에게 광주신세계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신주인수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지난 달 20일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맞고소했다. 신세계는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급급했기 때문에 당시 부실자회사였던 광주신세계 증자에까지 참여할만한 여력이 없었다"며 "대신 신세계 실권 물량을 정용진씨가 대주주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떠안게 된 것"이라고 참여연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문제는 상하이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재차 언급됐다. 정 부사장은 "입사 1년차 였기 때문에 경영진의 결정을 따랐을 뿐"이라고 비켜갔고 구 사장은 "최소한의 방어차원에서 맞고소를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정황에 비춰 신세계가 `떳떳한 증여'를 공식화한 것은 참여연대와의 법적공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사건에 직접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신세계의 입장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것과 함께 `정도를 걷겠다'는 이미지를 심는 효과는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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