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람 좀 그만 빼갑시다”

[기자수첩]“사람 좀 그만 빼갑시다”

김성호 기자
2006.05.15 11:32

“도대체 대형증권사라고 하면서 인재를 키울 생각은 안하고 다른 증권사에서 빼가려고만 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얼마 전 한 소형증권사 임원이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최근 증권사 직원들의 성과급 시즌이 돌아오면서 대형사가 인재를 빼내가 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유례없는 실적을 달성한 증권사 직원들이야 기대 이상의 성과급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성과급을 받은 증권사 직원들은 “이 참에 회사를 옮겨”라며 흔들리고 있다. 일부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경력직원 채용에 쌍불을 켜고 나서다보니 힘들여 키운 인재들이 들썩거리고 있다.

보통 중소증권사들은 스타급 경력직원을 모셔오기가 쉽지 않아 자체적으로 인력을 육성할 수밖에 없다. 신입사원을 뽑아 수년에 걸쳐 한몫할 수 있는 ‘프로’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사리 키워놓은 인재는 2~3년 일하다 다른 증권사의 ‘러브 콜’로 회사를 떠나기 일쑤다.

한 중형증권사 임원은 “자기가 열심히 해 몸값을 올려 이직한다고 하니 이직하려는 회사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못할 바에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이름만 좋아 인재 사관학교지 사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형증권사에 인력을 빼앗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형증권사는 중소형증권사보다 고급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실탄이 많다. 어차피 그 직원이 자기 몫만 해낸다면야 연봉을 얼마를 주어도 상관없다. 반대로 그 직원이 제 몫을 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내보낼 수도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반면 중소증권사는 이러한 기회조차 주기 쉽지 않다. 1~2억원씩 투자해 경력직원을 채용할 여력도 되지 않을 뿐더라 채용하더라도 그 직원이 제 몫을 하지 못하면 직원을 채용한 임원은 그 책임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대형증권사는 단순히 규모가 크다고 해서 대형증권사가 아니다. 말 그대로 업계의 발전을 위해 맏형 역할을 자처해야 하는 것이 대형증권사인데, 막상 눈앞에 이익만을 쫓는 이들이 과연 업계의 맏형 자격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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