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은행 양재지점 VIP룸. 매니저 한명이 고객을 상대로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해외펀드 어쩌고 하는 말이 귀에 쏙 들어온다.
“고객님 아직은 환매하실 때가 아니라니까요. 최근 해외 증시가 안 좋긴 하지만 조만간 반등할 것이고 그러면 수익률은 다시….”
얼핏 듣기에도 해외펀드에 가입한 고객이 환매를 문의하는 것 같았고 매니저는 이런저런 말로 고객을 잡아 두려는 속셈인 듯 싶었다.
최근 국내 증시 뿐 아니라 해외 증시도 연일 끝을 모르고 추락하다 보니 으레 펀드 환매를 문의하는 고객이겠거니 생각하고 지나치다 문득 그 매니저가 중간 중간 했던 말들을 곱씹어 봤다. “해외 증시가 조만간 좋아질 것이다. 그러면 수익률은 다시….” 맞는 말일까.
증시 분위기를 알고자 이런 저런 증권사 및 운용사 관계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눠 봤지만 조만간 해외 증시가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는데. 거기다 증시가 좋아지고 수익률도 곧 반등을 할 것이라니. 국내외 증시에 누구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증권사, 운용사의 전문가들도 하기 쉽지 않은 말들을 그 매니저는 너무나도 쉽게, 그것도 당연하게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얼마 전 동료 기자가 한 말이 문득 떠올랐다. 모 은행 지점 직원이 ‘선섹스 지수’도 모른 채 인도펀드를 팔고 있다는 말을 듣고 펀드 불완전 판매가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고객들은 더 이상 은행에만 돈을 넣어두지 않는다. 제테크라는 것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고객들은 각종 펀드에 자금을 분산해 투자하고 있다. 고객의 자금을 맡아 운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신뢰’며, 고객의 돈이 자기 돈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금융회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세살 먹은 아이도 알 만한 얘기다.
혹시나 자신이 투자한 펀드가 어찌 되지 않았을까 찾아 온 고객을 세치 혀로 안심시켜 돌려 보냈다 하더라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뒷감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일부러 그런 것이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겠지만 정말 몰라서 그랬다면 배워야 한다. 고객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금융회사 직원들이 가져야하는 기본 원칙 중 ‘신뢰’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지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