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선수는 성적으로 말한다. 마찬가지로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실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편지로 말한다.
지난 11일 실적을 발표한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노정익 사장은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주주레터'에서 상반기 실적이 저조한 이유를 설명했다.
조정기에 접어든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시황, 연일 사상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유가 등 해운시장을 둘러싼 경영환경 탓에 실적이 좋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노사장은 또 "원화강세로 인해 원화로 환산한 매출이 줄었다"며 "달러화 기준으로 상반기 매출은 23억8600만 달러로 전년 상반기 매출 23억3500만 달러에 비해 되려 늘었다"고도 했다.
나아가 하반기는 유조선 운임지수 상승, 컨테이너 부문의 계절적 성수기 도래(8월-10월) 등에 따라 상반기에 비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2분기 실적이 다소 불만족스럽더라도 주주 여러분께서 넓으신 마음으로 이해하라"는 것이 그의 당부다.
노사장의 이번 주주레터는 사실 처음은 아니며 취임 이후 주주와 임직원에게 편지를 써 오고 있다. 물론 편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며 이는 분식회계사건 이후 투명경영을 위한 참신한 시도로 이해된다.
그러나 지난해 상장 10년만에 처음 IR(기업설명회)을 한 것이 주주에 대한 서비스의 전부였던 현대상선이 실적 부진을 편지 한 통으로 면피하려는 것으로 비춰질 소지도 다분히 있다.
실제로 현대상선이 속해 있는 현대그룹이 현정은 회장의 취임 후부터 주주와 직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편지경영'이 어느틈에 그룹 문화로 자리잡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올 하반기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편지 이상의 실적과 CEO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상선 등 기존 현대그룹 계열사 주주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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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정은 있게 마련이다. 지금 현대그룹에 필요한 것은 구구한 설명 달지 않고 실적으로 말하고 평가받는 것이며 그게 경영권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