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3위인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의 매각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도의 가전업체인 비디오콘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헐값매각' 논란과 '기술유출' 우려가 똬리를 틀었습니다.
비판의 칼날은 매각을 주관한 우리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채권기관을 향해 있습니다. 1조2000억여원을 투입하고도 고작 6700~6800억원(추정가)을 받아 되파느냐는 쓴 소리와 함께 실기(失期) 책임도 거론됩니다. 대우일렉이 불과 2~3년 전만 해도 썩 잘 나가는 기업이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결과론적으로 대우일렉 헐값매각은 '주장'이 아닌 '사실(fact)'에 가깝습니다. 1만여개가 넘는 보유 특허와 일부 핵심기술 유출도 가당찮은 딴죽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하지만 결과론이 늘 그렇듯, 과거형 가정법 '~했더라면'에 의존하는 해석은 늘 불가피했던 상황논리를 외면합니다. 정당한 '인과관계'를 기초로 행위의 시비를 가리기 보다는 '드러난 결론'으로 상황을 정리해 버리는 것이지요. 대우일렉은 어땠을까요.
1998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일렉에 대해 채권기관들은 2003년 6월경 매각을 추진하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최근의 국내 자본시장, 특히 M&A 시장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환경적으론 SK글로벌사태와 LG카드 유동성위기로 금융시장이 암흑에 있던 시절입니다. 다수의 외국계 펀드자본이 우리나라에 진출, 득세하던 시기이기도 하지만 대우일렉에 관심을 두는 곳은 없었습니다.
별 수 없이 채권기관들은 당시 국내기업들에 매각 의향을 타진했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회신 일색이었습니다. R&D(연구개발) 규모가 턱없이 부족했고 인수 시너지도 회의적이었던 탓입니다. 대우일렉이 프랑스계 채권자가 제기한 1000억원대 소송에 피소된 영향도 컸습니다. 매각을 추진했더라도 소송 패소 가능성이라는 '약점' 탓에 '헐값매각'이 불가피했던 상황이었던 것이죠. 결국 채권기관들은 매각 시기를 소송 문제를 해결한 이후로 늦춰 잡게 됩니다.
그러나 대우일렉은 예상치 못했던 외부 변수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환율하락, 국제 유가상승, 물류파동, 내수침체 등 4가지 악재를 만나 내리막길을 걷게 됐지요. 특히 수출에 80%를 의존하는 대우일렉에 환율하락과 물류파동은 치명타였습니다. 수익 악화와 기업가치 하락은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우일렉은 결국 헐값(?)에 팔려 인도의 비디오콘을 새주인으로 맞게 됐습니다. 그리고 채권기관들은 '헐값매각'과 '기술유출'의 주범으로 몰려 여론의 뭇매를 달게(?) 맞고 있습니다. 자, 그럼 시계추를 다시 돌려 볼까요. 대우일렉을 2003년 6월에 매각했다면 어땠을까요. '헐값매각' 논란이 사그라들었을까요. 자못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