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정은 회장의 가시밭길

[기자수첩]현정은 회장의 가시밭길

강기택 기자
2006.09.14 10:32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급여 중 상당액을 매월 고 정몽헌 회장의 빚을 갚는데 쓰고 있다. 법정 상속인이되 부채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현회장이 이번에는 하이닉스로부터 소송을 당해 다시 돈을 물어줘야 할 처지가 됐다.

하이닉스(1,222,000원 ▼3,000 -0.24%)는 지난 12일 현회장이 '정회장의 횡령행위에 의해 발생한 손해배상 책임까지 상속했고 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법원이 하이닉스의 손을 들어 준다면 현회장이 감당해야 할 '우발채무(?)'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

지난 7일에는 법원이 이내흔 김윤규 전 현대건설 사장과 김재수 전 부사장에 대해 분식회계와 이에 따른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당시 그룹총수였던 정회장의 전횡을 방지 못한 책임을 살아남은 이들에게 물었다.

이 경우 현회장이 직접적으로 법적 책임은 없지만 '전횡'이라는 대목은현대건설(173,000원 ▼2,400 -1.37%)인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회장과 현대그룹을 두고두고 괴롭힐 수 있는 사안이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가 제기한 '구주주(옛주인)' 문제에 대한 법원의 견해인 까닭이다.

하이닉스, 현대건설 외에도 정회장이 심혈을 쏟아 부은 대북사업은 북한이 현대를 배제하고 '유니코종합건설'이라는 대구의 무명건설업체에 개성 골프장 사업권을 내주면서 현대그룹이 의도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열거한 이 모든 사실은 정회장의 유산으로 인해 현회장과 현대그룹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드러낸다. 정상영 명예회장의KCC(557,000원 ▼4,000 -0.71%)그룹, 정몽준 의원의현대중공업(476,000원 ▲15,000 +3.25%)그룹 등과의 경영권 분쟁이 '내우'였다면 현재 직면한 과제들은 '외환'에 해당하는 차이만 있을 따름이다.

현회장은 정회장의 3주기 추모식에서 고비때마다 '몽헌 회장이 뒤에서 저를 도와주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도리어 정회장이 남겨놓은 문제들이 현회장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정회장의 공과를 떠나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던 이들이 가졌던 '망자와 미망인에 대한 예의 또는 예우'가 희미해져가고 있는 지금, 어떻게 사람을 부려서 얼마나 일처리를 잘 할지 지켜보는 냉정한 시선들 앞에 현회장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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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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