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K-ll' 성의없는 대응

[기자수첩]'SK-ll' 성의없는 대응

최정호 기자
2006.09.25 08:31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일본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잊지 않고 사오던 물건이 있다. 바로 '코끼리표 전기밥솥'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밥솥이 역으로 일본에까지 수출되고 있지만 당시만해도 '코끼리표'는 명품 밥솥의 대명사로 통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해외여행객들의 손에는 '코끼리표 전기밥솥' 대신 'SK-II 화장품'이 들려 있다. 얼굴에 잠시 붙였다 떼는 1회용 마스크팩 하나가 2만원이나 하는 고가 화장품 브랜드 이기에 벼르고 별렀다 해외여행 길 공항 면세점에서 나름대로 저렴하게 사오는 것이다.

'SK-II'가 20년 전 '코끼리표 밥솥' 못지않은 명품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한번만 붙여도 피부가 눈에 띄게 밝아지는 탁월한 미백력, 국내 최고 여배우 2명이 전하는 품위있는 광고, 백화점과 면세점에서만 살 수 있는 유통전략 모두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비싸기에 그만큼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소비자에게 암묵적으로 심어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SK-II'가 최근 소비자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중금속 파문 때문이다. 평소 이름조차 생소한 크롬과 네오디뮴이라는 물질이 그 비싼 'SK-II'에서 나왔다니 당장 백화점으로 달려가 환불을 요구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같은 마음일것이다.

하지만 자칭 타칭 명품 화장품인 'SK-II'를 국내에 판매하는 한국P&G의 대응은 '명품'과 어울리지 않았다. 환불을 해주면 'SK-II'의 결함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에 절대 환불은 안된다는 게 한국P&G의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백화점에서는 이미 환불이 이뤄지고 있다.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제품은 물론 심지어 거의 다 쓴 화장품조차 현금으로 돌려주는 곳도 있다. 한국P&G 역시 몇몇 매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원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환불을 실시한다는 뉴스까지 흘러나왔다.

"누구는 다 쓴 제품도 돈으로 돌려받았는데 환불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듣지 못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곳 저곳에서 들린다. 연일 신문 광고와 보도자료를 통해 인체에 무해함을 주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명품 SK-II'를 산 소비자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을 것 같다. 소비자들에 대한 보다 성의있고 일관된 대응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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