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통화기금(IMF)은 며칠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연차총회에서 한국, 중국, 멕시코, 터키 4개국의 쿼터특별증액을 확정했다. 이로써 한국의 지분율은 0.764%(세계 28위)에서 1.346%(세계 19위)로 높아지게 되었다.
이번 쿼터증액의 의미를 정리해본다. IMF의 의사결정은 총 184개 회원국의 출자금액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마치 주식회사의 의사결정이 주식수에 비례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우선 쿼터 증가에 따라 IMF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다. 의결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도 영향력이지만 우리나라의 발언에 대한 무게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둘째, IMF내의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의 참여가 보다 용이해진다. 24개 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IMF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사실상 세계경제를 이끌어 가는 핵심적 논의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선진 7개국(G7)모임에까지는 끼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 위원회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는 2년 전부터 IMF 가입사상 처음으로 상임이사직을 맡아 상기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보다 자주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앞으로 다시는 외환위기가 올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 위기가 닥칠 때 IMF로부터 차입할 수 있는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1997년 위기 때는 차입한도가 모자라서 IMF가 만든 새로운 차입제도 하에서 매우 높은 이자율을 부담하면서까지 차입한 적이 있다.
이번 쿼터증액 과정에서 우리는 이슈를 제기하고 끌어가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이미 상임이사를 확보하고 있는 나라는 앞에 나서려 하지 않았고,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의 발언에는 국제사회가 귀를 기울여 주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미국 일본 등 주요우방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또한 총회 직전 쿼터증액에 소극적인 나라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부의 전방위적 노력도 주효했다고 본다.
위기에 처한 IMF의 개혁방안의 하나로 지배구조개선이 논의되고 있다. 쿼터조정도 그 하나다. 그러나 IMF의 지배구조 개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현행 쿼터공식 자체에 대한 개정문제, 저소득국의 목소리를 보다 강화하는 방안, 이사회의 개편, 총재 및 고위직 선출방식의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개편이 기다리고 있다.
2008년 연차총회 때까지 이를 마무리할 계획이라 하나, 문제는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쉽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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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번 연차 총회에서 쿼터특별증액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어느 나라의 재무장관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앞으로의 IMF개혁에 대해 대단히 비관적이었다.
필자는 그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2년 전 이번 쿼터증액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을 때를 뒤돌아보자. 2년만에 이렇게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가. 그러나 결국 해내지 않았는가. 국제사회에서 완전한 의견의 합치(consensus)를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서로 용인할 수 있는 타협은 이루어낼 수 있다고. 이것이 바로 대립과 갈등을 포용하면서 넘어서는 초월의 신, 시바의 뜻이 아니겠는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