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탐대실'하는 이통사들

[기자수첩]'소탐대실'하는 이통사들

이구순 기자
2006.09.26 10:08

이동통신 담당 기자를 하다보니 곧잘 소비자들의 제보 전화를 받는다. 민원성 내용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 이동통신회사에 대한 불만을 참다못해 언론에라도 알려야겠다고 하소연하는 것들이다.

그중에도 많은 것이 바로 무선인터넷 요금과 관련된 것이다. 얼마전 50대쯤 돼 보이는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무선인터넷이 비싸다는 말에 조심조심하며 살펴만 봤는데도 10만원을 훌쩍 넘는 요금이 나왔다는 것이다. 어린 손자들과 세대차이를 좁히기 위해 지난해 인터넷을 배웠고, 최근에는 문자메시지와 무선인터넷을 배우고 있다는 말을 곁들였다. “한달 휴대폰 요금이 채 2만원을 안 넘는데 무선인터넷 이거 돈 잡아먹는 귀신이야!”하신다.

기자는 자신있게 무선인터넷 메뉴 정액제라는 요금제가 곧 나오니 월 1500원 정도 내고 가입하라고 권했다. 그리고는 이동통신사에 확인차 전화를 걸었더니 서비스는 벌써 8월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제보자에게 다시 잽싸게 전화해 “아까 말씀드린 그 서비스가 지금 시행되고 있답니다. 지금이라도 가입해서 사용해 보세요”라고 전했다.

그러자 그 제보자는 “벌써 나왔어? 하긴 우리나라 통신업체들이 자기네 이익 줄어드는 서비스를 제대로 알려줄리 있겠어?”라고 반문한다.

서비스 요금의 고하를 막론하고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기본에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동통신사들을 마치 도둑이나 되듯이 쳐다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배경에는 이통사 스스로 키워온 ‘불신’이 있다.

무선인터넷 메뉴 정액제 같은 서비스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놓고 홍보도 하지 않은채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은 보통이다. 발신번호표시서비스 요금을 무료로 쓸 수 있는 선택요금제를 출시하더니 그 요금제에 대한 홍보도 꼬리를 감췄다. 그렇게 해서 이동통신사들이 늘리는 수입은 연간 1000억원 가량 된다.

그러나 천금보다 비싼 소비자의 신뢰는 계속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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