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기아차 씨드, 유럽 시장이 보인다

[시승기]기아차 씨드, 유럽 시장이 보인다

김용관 기자
2006.09.29 12:23

[Car Life]기아차 씨드 1.6VGT

지난 18일 체코 프라하에서 비행기로 1시간여를 날아 도착한 슬로바키아 질리나시. 공항에서 내려 승용차로 10여분을 달리자 질리나 시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슬로바키아 3대 도시로 꼽히지만 아직은 자본의 때가 묻지 않은 아담하고 소박한 도시다. 거기서 10여분을 더 달려 시 외곽으로 빠지자 '기아차 슬로바키아'라는 파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기아차(163,600원 ▲1,800 +1.11%)슬로바키아 공장. 기아차가 지난 2004년 땅을 파기 시작한 이후 2년만에 세운 최신식 자동차 생산공장으로, 유럽 공략의 전초기지다. 10억유로를 투자해 설립한 이곳에서는 기아차의 유럽공략 1호 모델인 씨드를 비롯, 스포티지급 소형 SUV 모델인 KM을 생산할 예정이다.

공장 입구로 다가가자 커다란 주차장에 낯선 차가 보인다. 5인승 해치백 스타일의 차량인데 폭스바겐의 골프도 아니고, 푸조의 307, 오펠의 아스트라도 아니다. 처음보는 스타일이다.

기아차 관계자에게 물어보자 "이게 바로 유럽인의, 유럽인을 위한, 유럽인에 의해 만들어진 차, 씨드입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 바로 그 씨드. 기아차 사람들이 'cee'd(씨드, 코드명 ED)'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말이다.

실제 'cee'd'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CE'는 유럽공동체(European Community)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ED'는 이 차량이 유럽 소비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유러피안 디자인(European Design)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기아차가 더욱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씨앗(seed)이 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전방위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는 기아차 입장에서 유럽에서 디자인되고 생산된 씨드는 전쟁의 승패를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기아차측은 폭스바겐의 골프, 푸조의 307 등을 경쟁 차종으로 설정하고 있다. 씨드가 도전하는 유럽의 C세그먼트는 일본 메이커조차 큰 힘을 쓰지 못할 만큼 치열한 시장이다.

하지만 기아차는 씨드를 통해 이들을 뛰어넘고 유럽시장을 제패할 야심찬 계획을 준비 중이다. 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는 물론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러시아 시장 등을 중심으로 2007년 연간 10만대, 2008년에는 연간 15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아차는 씨드의 스타일링을 독일 뤼셀스하임에 있는 현대·기아 유럽디자인연구소에 맡겼다. 생산은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위치한 최고 수준의 기아차 유럽공장에서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외형은 낯설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유럽인들은 "디자인이 예쁘다"고 칭찬하기 바쁘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헤드램프가 상당히 공격적이다. 특히 후면의 C필러가 개성적이다. C필러가 비스듬하게 아래로 떨어지다 트렁크 부분에서 볼록하게 튀어나온다. 르노의 메간이나 트리오와 같은 스타일로 요즘 해치백의 유행인 듯 보인다.

외형도 해치백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커보인다. 전장×전폭×전고는 4325x1790x1480mm으로 경쟁 차종인 폭스바겐 골프의 4205×1760×1485mm보다 큰 편이다.

문을 열고 실내에 탔다. 골프보다 72mm 긴 2650mm의 휠베이스로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한 듯하다. 중형차인 쏘나타에 비해서도 단지 80mm 짧을 뿐. 널찍한 휠베이스 덕분에 뒤좌석에서도 편한 공간을 누릴 수 있다.

실내 디자인도 충실하다. 3개의 원형 계기판이 시원스럽다. 주황색 계기판이 눈에 확 띈다. 센터페시아의 공조시스템이나 오디오 시스템의 컬러도 모두 주황색으로 통일했다.

현대차가 신형 아반떼에 블루톤을 채택한 것과 달리 기아차는 주황색을 선택, 이미지의 차별화를 노린 듯하다.

유럽형 RDS(Radio Data System) 기능과 MP3, CDP오디오가 기본 제공된다. 일부 모델에는 USB·오디오입력단자(AUX)와 아이팟(애플사)을 연결할 수 있는 포트가 장착되는 등 편의사양을 크게 높였다.

특히 RDS는 이동중 주파수 자동추적, 방송명 표기 등 유럽에서는 일반화된 라디오 기능으로 유럽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기아차의 의지가 잘 나타나 있다.

유럽인의 안전에 대한 높은 기준을 반영한 듯 운전석, 조수석 및 커튼 에어백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액티브 헤드레스트도 기본이다. 다소 부족한 점도 눈에 띄지만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디자인이나 재질 모두 고급스럽게 잘 마무리된 느낌이다.

시동을 걸자 경고음이 시끄럽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자 계속적으로 경고음이 나와 어쩔수 없이 안전벨트를 할 수 밖에 없다. 뒷좌석도 마찬가지.

시승차는 1.6VGT 디젤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를 맞물린 모델. 배기량 1582cc의 디젤 엔진은 115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26kg·m의 최대토크를 뽑아낸다. 공인연비는 무려 리터당 21.2km.

주행감이나 승차감은 짧은 시승을 감안할 때 제대로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 다만 디젤차임에도 불구하고 RPM 상승에 따른 소음은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시속 170~180km까지는 무리없이 치고 나가는 느낌이다. 슬로바키아의 거친 코너길에서도 울렁거림이 적었다.

씨드는 1.6, 2.0 디젤, 1.4, 1.6, 2.0 가솔린 등 5가지 엔진을 장착하게 된다. 아쉽게도 씨드는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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