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총재로서, 국민정서에 부응하는 책임있는 공인으로서 급여의 일정액을 반납하고 재임기간 중 연봉을 동결할 것입니다"
3일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가 직원들에게 밝힌 서신 내용의 일부다. 김 총재는 서신에서 "임금 절약분을 어려운 직원이나 사회소외계층 돕기와 같은 의미있는 곳에 사용하려는 저의 뜻을 헤아려 달라"며 이번 결심이 '진지한 결단'임을 강조했다.
공기업 수장이 솔선수범해서 '밥그릇'의 크기를 스스로 줄이겠다는 자발적 선언을 한 것 자체는 우리 공기업풍토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김 총재의 선언이 감사원의 금융공기업에 대한 감사 이후 악화된 여론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란 점에서 여론무마용이라는 의구심을 비켜가기는 힘들 듯하다.
최근 감사원은 산업은행 등 6개 금융공기업에 대해 방만한 경영과 과도한 밥그릇 챙기기를 질타하는, 거의 폭로에 가까운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이후 금융공기업으로부터 짐작됐던 액션들이 쏟아져나왔다. 일제히 '반성문'을 쓰고 다른 공기업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는 경영혁신을 하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금융공기업들의 혁신실천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안개처럼 자욱하다. 이번에 내놓은 저마다의 대책에서도 '무엇은 무엇때문에 힘들고...' 라는 투의 변명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대책이 담긴 보도자료에서도 제 살 도려내는 아픔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의욕은 그다지 엿보이지 않는다.
넓게는 금융공기업들의 경영혁신 대책이, 좁게는 김 총재의 발언이 '헐리우드액션' 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증명하는 길은 '제대로 된 실천'밖에 없다. 내년 이맘때에도 '변한 것 없는 국책은행', '금융공기업 혁신 흐지부지'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쓰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