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Life]짚 커맨더 V6 3.0 CRD
한치의 빈틈도 없을 것 같은 각진 외모와 거대한 체구에 주눅이 들 정도였다. 무표정한 외모는 수많은 전쟁을 겪은 경험많은 노장군의 얼굴과도 같다.
바로 짚 커맨더(JEEP Commander)를 처음 마주쳤을 때의 느낌이었다.
65년 짚 역사 최초의 7인승 모델인 '지프 커맨더'. 랭글러, 체로키, 그랜드 체로키로 이어지던 짚의 역사에 새로 등장한 플래그십(기함) 모델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산하 브랜드인 짚은 가장 남성적이고 고집센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1940년 2차 세계대전과 함께 태어난 짚은 처음부터 철저히 거친 전장에서 살아남는 차를 목표로 태어났고, 그 때 운명지어진 차의 성격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철칙으로 남아있다.
그런 짚이 브랜드 최초로 3열 7인승 대형 고급 SUV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차량 안팎에서 전장을 누비던 짚의 유전자를 찾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싹둑자른 듯한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박스형의 커다란 차체, 직사각형의 유리창.
특히 차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직선은 하루가 다르게 말랑말랑해져가는 요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추세와는 정반대다. 이런 모습 덕분에 커맨더는 걸프전을 통해 유명해진 미 육군의 이동차량인 GM의 '허머'와도 많이 닮았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허머라고 착각할 정도.

커맨더는 지금까지 짚의 기함이었던 그랜드 체로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차다. 차체 사이즈는 길이, 너비, 높이가 각각 4787 x 1900 x 1826mm이며 휠베이스는 2780mm이다. 그랜드 체로키의 4750 x 1870 x 1780 mm 보다 모두 조금씩 커졌지만 휠 베이스는 같다.
앞쪽에서는 강렬한 인상의 7열 세로 대형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이 짚 가문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직사각형에 가까운 반듯한 헤드램프가 자리하고 있다. 돌출된 범퍼에 동그란 안개등을 박아 넣고, 범퍼 아래에는 크롬으로 도금된 가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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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역시 커다란 외형만큼 널찍하다. 룸미러는 운전석에 앉아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을만큼 멀다. 3열 시트 모두 넉넉한 자세를 취할 정도로 넓다. 특히 2, 3열로 옮겨갈수록 바닥이 높아진다. 전방 시야를 염두에 두고 계단식으로 꾸민 덕이다. 이때문에 천정 라인도 중간부터 한번 솟아올라 헤드룸을 확보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하지만 계단식 좌석 때문에 운전석에서 룸미러를 통해 본 뒤쪽 시야가 극도로 나빠진다. 일단 시승에 앞서 3열 시트를 먼저 접어 시야를 확보했다.

최상위 모델답게 내부 편의 사양 역시 보다 고급스러워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2열에 있는 선루프의 일종인 '커맨더 뷰'. 선 루프가 2열에도 양쪽으로 장착돼 있어 뒷좌석에 앉은 승객도 편하게 야외 공기를 즐길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가운데 원형패드가 있는 4스포크 타입으로, 실내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복고풍의 단순한 이미지가 강하다. 세련된 느낌은 없지만 오히려 카리스마 넘치는 외형과는 이같은 단순한 느낌이 더 어울릴 듯하다.
대시보드의 오디오 시스템과 공조장치 패널은 원형 스위치로 구성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느낌과 비슷하다. 특히 뒷좌석 승객을 위해 2열 천정에 DVD와 DMB, TV를 시청할 수 있는 10.2인치 LCD 모니터가 달려있어 편리하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달려볼 차례. 크게 숨을 쉬고 시동을 걸었다. 디젤 엔진을 탑재했지만 덜덜거리는 거친 숨소리는 느껴지지 않는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 기어 레버 등 어느 곳에서도 불쾌한 진동을 찾아볼 수 없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2톤이 넘는 육중한 차체가 가뿐하게 튀어나간다. 예상외다. 특히 최대토크가 낮은 회전수(1600rpm)에서 나오기 때문에 시속 50km에서 100km까지 중저속 부근에서의 가속 느낌이 통쾌하다.
시속 150km에서도 가속 페달의 여유가 느껴진다. 시속 170km 이상에서는 뜸을 들이지만 전체적으로 여유롭고 넉넉한 힘을 느낄 수 있다. 세조가 속리산을 찾을 때 가마꾼들이 쓰러져나가 말을 타고 넘었다는 '말티재'의 가파른 오르막 고개길도 믿음직스럽게 치고 나간다.

이같은 주행 성능은 바로 휘발유 엔진 6000cc급에 해당하는 토크 52.0kg·m를 뿜어내는 심장 덕택. 커맨더에는 10만마일 논스톱 주행으로 내구성을 인정받은 메르세데스-벤츠의 V6 3.0리터 CRD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은 218마력(400rpm)으로 최고속도는 시속 190km, 0~100Km 가속은 9초가 걸린다.
어차피 고속 주행을 위해 태어난 차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온로드 주행감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서스펜션은 다소 부드러운 편이라 요철을 통과할 때 느낌이 좋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콰드라 드라이브Ⅱ' 기능이 덕분에 오프로드에서도 탁월한 안전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번 시승에서는 아쉽게도 적극적인 오프로드를 달려볼 기회를 갖지 못해 직접 체험해 볼 수는 없었다.
나열하기도 어려운 갖가지 첨단 안전장비가 곳곳에 숨어있고, 편의장비와 고급옵션도 가득하다. 차량 가격은 부가세 포함 6450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