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뒷맛 씁쓸한 퇴진(?)

[기자수첩]뒷맛 씁쓸한 퇴진(?)

전병윤 기자
2006.11.06 07:33

지난 2일 대한투자증권 조왕하 사장이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표면상 조왕하 전 사장의 승진 형식을 갖췄지만 업계는 승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나금융지주가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한 지 1년 반이 흘렀지만 별다른 성과를 못내자 ‘고육책’으로 영업통인 김정태 하나금융 부사장을 대투증권 사장으로 전진배치했다는 시각이다.

과거 3대 투신사로 명성이 높았던 대투증권과 한투증권은 부실에 시달리다 작년에 각각 하나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옛 동원금융지주)라는 새 주인을 만났다. 한투증권은 동원증권과의 합병초기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던 반면 대투증권은 합병수순을 조용히 밟아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불과 1년만에 상황은 역전됐다. 한국증권이 삼성그룹주펀드를 비롯한 초대박상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반면 대투증권은 갈수록 위상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양사의 명암이 엇갈린 이유를 은행과 증권의 본질적 문화 차이로 해석하고 있다. 같은 금융업종이지만 증권업은 손실을 감수하고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어 안정적 성향의 은행과는 궁합이 안 맞는다는 것.

실제로 증권을 기반으로 한 한국금융지주가 인수한 한국증권은 계열사인 한국투신운용, 한국밸류자산운용과 시너지를 높이고 있지만 하나금융은 오히려 대한투신운용을 UBS에 매각하려 하고 있다. 매각처지에 놓인 대투운용의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1조6000억원에 불과해 업계 8위 수준으로 밀려났다. 업계를 좌지우지하며 1,2위를 다투던 때에 비하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단순히 은행과 증권업의 문화 차이로만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역시 은행이 주인이지만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모회사인 산업은행이 전문경영체제를 보장해 줬고 우리투자증권도 삼성증권 사장 출신인 황영기 우리금융회장이 증권업의 특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성공배경으로 꼽힌다.

앞으로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타 금융업종끼리 합종연횡이 활발해 질 것이다. 단순히 덩치키우기식 합병을 원하지 않는다면 증권분야의 특성을 이해하고 권한을 맡기는 자세가 필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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