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법 통과...'삼성의 선택은?'

금산법 통과...'삼성의 선택은?'

이승호 기자
2006.12.25 17:45

이회장 일가 지분 확대가 정공법...M&A 노출 '걱정이 태산'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이 지난 2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삼성의 지배구조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에 노출 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자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산법 개정안의 핵심은 재벌계열 금융사가 5%를 초과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토록 한 것이다. 재벌계열 금융사가 소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 중 1997년 3월 이전에 취득한 5% 초과분에 대해서는 2년 뒤부터, 97년 3월 이후 취득한 5% 초과분은 즉시 의결권이 제한된다.

따라서 삼성카드는 곧바로 에버랜드 지분(25.64%) 중에서 5%를 초과한 지분 20.64%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받게 됐고, 5년 내에 초과분을 해소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7.26%) 중에서 5%를 초과한 부분인 2.26%에 대해 2년 유예기간을 거친 후 의결권이 제한된다.

◇금산법 개정, 삼성의 선택은= 금산법이 개정된 상황에서 삼성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세가지다. 연간 수조원 이상을 자사주 매입에 투자해 자체적으로 적대적 M&A를 방어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수년전부터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재원 마련도 쉽지 않다.

2006년 7월4일 현재 이미 12.8%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삼성전자(179,700원 ▼400 -0.22%)가 추가적으로 자시주를 얼마나 매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삼성의 고민이 더 커지는 대목이다.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SK가 포스코 등 국내 기업과 상호 '백기사' 역할을 한 것도 해법 중의 하나지만 이 역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라 쉽지 않다.

나머지는 이건희 회장 일가가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정공법'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가 현금배당을 대폭 확대해 이 회장 일가의 투자재원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쉽지는 않다.

◇삼성 외국인·기관투자자 "경영간섭 신경쓰이네"= 금산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삼성의 첫 번째 반응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고, 국회 논의 결과를 따르겠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적대적 M&A 가능성이 커져 어떻게 경영권을 확실하게 지킬지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삼성은 삼성생명과 삼성에버랜드의 의결권이 제한됨에 따라 외국인과 국내외 기관투자자의 경영권 간섭이 더욱 커질 것에 우려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적대적 M&A로부터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의결권을 가진 내부 지분이 줄어든다면 경영권 방어가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외국인과 국내외 기관투자자에 대한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들이 회사의 중요한 경영활동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커 난감한 상황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무(경제조사본부장)도 "금산법이 개정됨에 따라 삼성의 과점주주의 지분율이 취약해졌다"며 "이로 인해 장하성 펀드 등 국내외 기관 투자자의 적대적 M&A 가능성 뿐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경영간섭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적대적 M&A 가능성= 이건희 회장 일가와 삼성 계열사, 임직원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16.09%에 불과하다. 이번 의결권 제한 조치로 삼성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13.83%로 더욱 낮아졌다. 외국인 지분율이 49%에 이르는 만큼 이들이 일시에 경영권을 노린다면 제2의 SK나 KT&G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재계 전문가들은 금산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지금 당장 삼성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적대적 M&A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계산이다.

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가 비상장회사인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대주주 직계가족의 지분도 54% 수준에 달해 지분이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외국인 투자자 중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외국인 주주는 시티뱅크(9.38%)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투자펀드여서 일시에 적대적 M&A에 나설 가능성이 더욱 낮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60만원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적대적 M&A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해 사실상 적대적 M&A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재계는 장기적으로 볼때 삼성이 지배구조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순환출자 고리의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가 '순환출자금지'라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어 어떤 형식으로든 삼성의 변신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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