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부지 물색, 시기·비용 막대…'12인치 시대'지연
하이닉스(893,000원 ▲86,000 +10.66%)반도체 이천공장 팹의 M7라인은 '신화'라는 말로 수식된다. 지난해 12월, M7은 세계 최초로 한개 팹에서 200㎜ 웨이퍼(8인치)를 한달동안 16만장 찍어냈다. 보통 수율이 안정화된 팹 한개가 8만개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M7은 다른 공장보다 2배의 생산량을 달성한 것이다. 생산성 향상만으로 팹 하나의 추가 건설비용을 줄인 셈이다.
이 같은 성과는 모두 하이닉스의 피땀어린 노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와 채권단이 하이닉스를 두고 매각을 운운하고 있을 때 임직원들은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밤낮으로 고민했다. 이 증거가 M7의 생산성이다. 세계 반도체 업계가 M7의 생산용량 한계돌파를 극찬하는 것이다.
◇8인치 한계도달..하이닉스도 12인치 시대 앞당겨야=8인치 팹의 한계돌파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해석하면 이미 그 조건에서 생산성 향상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이닉스가 그런 노력을 기울인 것은 더 투자할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친 결과다.
다행히 이 같은 노력은 보상받게 됐다. 하이닉스는 2000년 이후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 구조조정기에 살아남으면서 최근 반도체 경기 호황의 수혜를 입었다. 자금조달에도 숨통이 틔었다. 이제는 미래를 위해 8인치 공장을 모두 300mm 웨이퍼를 제조하는 12인치 팹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시기다. 12인치는 8인치보다 생산성이 평균 2.5배 높다. 하이닉스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생산성을 2배 이상 올리기는 어려우니 12인치 팹 건설은 이제 필수조건이 됐다.
◇다시 정치논리 등장.."균형발전 운운하다 주력산업 뺏긴다"=하이닉스 팹의 8인치 비중은 54%다. 절반이 넘는다. 이에 비해 대만 파워칩은 9%. 일본 엘피다도 8인치 비율은 12% 밖에 되지 않는다. 구조조정기를 이기지 못하고 합병한 인피니온과 난야의 합작사, 이노테라도 44%다. 이들은 모두 2년전부터 투자를 해 팹을 12인치로 바꾸고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급상승하고 있다. 대만 업체들의 D램 사업 전분기 영업이익률은 평균 43% 수준이다. 우리는 삼성전자가 47%를 올려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하이닉스는 30% 초반에 머물고 있다. 웨이퍼 한장에서 D램 950개를 만들어낼 수 있는 12인치와 400개를 넘을 수 없는 8인치가 만들어내는 이익의 차이다.
하이닉스가 12인치 공장을 서둘러 짓고자 하는 이유는 8인치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다. 근근히 버텨왔지만 생존을 위해 투자를 서둘러야 할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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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천 불허..경제손실은=정부가 사실상 불허 방침을 내린 이천증설을 하이닉스가 수정안에서도 고집했던 이유는 바로 12인치 선도업체와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다. 하이닉스는 이천공장 내에 이미 증설을 위한 1만8000평의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팹 하나당 2만5000평의 부지가 필요하니 7000평만 우선 확보하면 올해 내에도 증설을 완료해 선도업체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청주의 경우 부지를 새로 물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증설을 위해 청주에서 토지매입을 다시 시작할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아무리 적극 협조한다해도 올해내 완료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더구나 청주는 이천보다 대도시이기 때문에 부지매입 비용도 결코 싸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최근 이천증설이 아닌 청주증설을 택했을 때 하이닉스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7300억원에 달한다고 내다봤다.
◇7300억은 순수 추가비..기회비용 따지면 조단위 손실=하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투자비는 의미가 없다고 얘기한다. 투자시기를 놓쳐 잃게되는 기회비용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가령 하이닉스가 올해 내 12인치 팹 하나를 이천에 건설하게 되면 이로부터 얻는 매출은 287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예상량은 최소수치다. 2008년 가동을 근거로 256메가 D램의 가격이 내려가 1.8달러(지난해 3.08달러)일 것으로 예상한 수치다. 가동초기에는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아 월 평균 생산량도 겨우 1만5000장으로 잡았을 때 예상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하이닉스는 12인치 팹을 1년에 한개씩 3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계획을 토대로 증설이 1년씩 뒤로 밀린다고 가정하면 최저 기회비용만 8610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추가투자비와 기회비용상실분만 합쳐도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손실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앞으로 3년간 대내외변수가 어떻게 생겨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산하는 손실은 의미가 없다. 정부가 산업 자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12인치 증설을 대부분 끝낸 일본, 대만 업체와 그 반대의 상황에 처한 하이닉스가 겪게 될 생산성의 변화는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민희 동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은 경기를 타고 호황기에 수익률을 올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투자시기를 놓치면 '수익'이 아닌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