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수익 급증 불구, 구조적 역마진에는 역부족
한국은행이 지난해에도 역시 1조7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낸 까닭은 한마디로 태생적인 역마진 구조 때문이다. 대부분이 외화((외환보유액)인 자산을 열심히 굴려 이익을 많이 내도 160조원에 육박하는 통안증권 이자 등 조달금리 부담을 견뎌낼 수 없었던 것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고 국내 금리는 떨어져 내외금리가 역전되기도 했지만, 이미 쌓아둔 외화자산에는 과거 저금리 채권이 많아 역마진을 탈피할 수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에 환율이 지난해에도 70원 가량 급락하는 바람에 원화로 환산한 외화자산 운용수익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적자를 키우는 작용을 했다.
◆ 외환보유액 운용이익 1조7000억원 가량 급증
한국은행이 외화자산을 운용해 얻은 이익은 지난해 급증했다. 외환보유액 증가로 운용규모가 늘어난데다 국제금리도 상승해 이자수입이 2조5000억원 가량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은 총 9조4573억원 가량으로 전년 6조6893억원에 비해 2조768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화자산 운용과정에서 지급한 이자와 손실은 2조원 가량으로 전년대비 약 1조원 정도 늘었다.
이에 따라 외화부문에서 올린 수익에서 비용과 손실을 제외한 이익은 7조4100억원 가량으로 전년 5조7000억원에 비해 약 1조7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전년에 비용은 1400억원 가량 늘고 수익은 5700억원 가량 감소하면서 운용이익이 줄었던 것과는 거꾸로다.
외화자산 운용에서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운용 여건이 전년에 비해 개선됐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폭이 119원에서 70원으로 줄어 그로 인한 손해도 감소했고, 미국 등 외화자산 투자국의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도 늘었다.
물론 운용규모가 커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외화유가증권이 204조원에서 209조원으로 5조원 가량 증가했고, 외화예치금도 10조원 가량 늘었다.
외화유가증권에서 받은 이자는 6조7000억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1조8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외화예치금 이자도 7000억원 정도 늘었다.
이용신 한은 외화자금국장은 "국제금리가 오르면 예치금 이자는 즉각적으로 오른다"며 "유가증권의 경우에는 과거 미국이 저금리일 때 샀던 채권들을 최근 발행된 것들로 교체하면서 평균금리가 높아지는 식이어서 시차를 두고 이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모기지담보부채권(MBS)나 금융채 등의 투자비중을 늘리면서 이자가 늘어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MBS나 금융채는 국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지만 금리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한은 MBS 운용팀은 경이적인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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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유가증권매매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과거 낮은 금리로 발행됐던 채권들을 교체하다 보니 손해가 더 컸던 것. 매매익은 전년에 비해 1500억원 가량 감소한 반면 매매손은 2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한은은 또 외화자산 운용수익을 올리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외화유가증권을 환매조건부로 매각하는 거래를 하면서 9400억원 가량의 이자비용을 지불했다. 전년보다 4100억원 가량 늘어났다.
한편 외환보유액과 통안증권 누증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과 했던 통화스왑 거래에서는 준 이자가 받은 이자보다 더 많이 늘었다. 거래 규모가 대폭 커진데다 우리나라 국채가 미국 국채보다 금리수준이 더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서 받은 달러표시 이자는 4200억원 가량 증가했고, 반대로 국민연금에게 원화로 지급한 이자는 4500억원 가량 증가했다.
◆ 통안채+외평기금 이자만 9조원..역마진 구조
이처럼 외화자산 운용이익이 크게 늘었어도 한국은행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조달금리와 운용금리의 구조적인 역마진 때문이다. 운용이익이 늘어난만큼 조달금리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
통안증권 누증은 155조원에서 158조원으로 3조원 수준에서 막았지만, 통안증권 이자는 6조8000억원으로 6626억원 증가했다. 채권잔액에 비해 이자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통안증권의 발행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또 외평기금이 맡긴 예금이 크게 늘어나고 금리도 오르면서 역시 이자가 2조3000억원에 달해 전년대비 77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결국 7조41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 외화자산 운용이익도 통안채 이자와 외평기금에 준 이자 9조1000억원에는 1조7000억원 이상 모자랐고, 그만큼 한은이 적자를 본 셈이다. 여기에 지준관리를 위해 실시한 원화 환매조건부(RP) 매각증권의 이자비용 약 5000억원과 RP대상 보유채권에서 받은 이자 3646억원의 차이도 조달금리라고 치면 역마진 규모는 좀 더 커진다.
전년보다 정도는 덜해도 환율하락으로 줄어든 이익도 무시할 수 없다. 외화로는 같은 액수의 이자를 받더라도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된 이자는 더 줄 수 밖에 없다.
지난해의 경우 연평균 환율이 1024원에서 955원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외화유가증권과 예치금에서 받은 이자만 대상으로 어림짐작해봐도 약 5500억원 정도는 이익이 줄어든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