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계의 자존심은 성적순

[기자수첩]재계의 자존심은 성적순

강기택 기자
2007.04.17 09:55

지난해 12월 청와대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회의. 재계 3위인 SK의 최태원 회장은 4위인 LG 구본무 회장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했다. LG가 GS, LS를 계열 분리하면서 재계 순위가 SK에 밀렸기 때문에 최 회장이 상석에 앉게 됐던 것.

이는 최 회장이 재계의 대선배 구 회장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청와대에 자리바꿈을 제안해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재계 순위는 단순히 자산규모를 드러내는 정보가 아니라 의전자료로 사용된다.

지난주 공정위가 발표한 재계순위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K가 재계 순위에서 LG의 앞자리를 차지했다. 자산규모는 SK가 지난해 55조3740억원에서 올해 60조3760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LG는 지난해 54조4320억원에서 올해 52조3710억원으로 줄었다.

SK는 SK㈜ 등 계열사 주가가 올라 그룹의 유동자산이 늘어났을 뿐 고정자산에서 격차가 커진 것은 아니라며 의미부여를 않고 있다. 그러나 주가로 수렴되는 두 그룹의 실적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사실 LG의 순위 하락은 '분가'라는 실적 외적인 요소를 분명히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올해 재계 순위에서 주목되는 것은 SK와 LG의 순위보다는 오히려 항공 라이벌 금호아시아나와 한진간의 역전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인수로 자산이 22조9000억원으로 급증해 지난해 11위에서 올해 7위로 뛰어 올랐다. 반면 한진은 1조5000억원 늘어난 22조2000억원으로 8위가 됐다. 물론 올해 설립한 한진에너지 자산 2조4000억원이 포함되면 내년 순위는 또 달라질 수 있다.

과거처럼 대기업들이 실익 없는 외형키우기 경쟁을 하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자산규모로 산출한 재계 순위는 여전히 한 기업집단의 성장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오너와 임직원들에게는 자존심의 한 징표다.

재계의 성적표는 실적과 주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역동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내년에는 또 누가 뛰어난 성적을 거둬 상석에 앉게 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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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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