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사권을 위한 3%

[기자수첩]수사권을 위한 3%

박준식 기자
2007.05.02 08:30

한국 경찰은 수사권이 없다. 전체범죄 약 150여만건의 97%를 처리하지만 형사소송법 상 수사의 보조자이기 때문에 지휘권을 쥐고 있는 검찰이 사건을 이송하라고 하면 따라야 한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아직"이라고 한다. 검찰이 스스로 수사에 나서는 3%의 범죄는 고위층 비리, 권력형 게이트 등 이른바 대형 사건이다.

경찰 입장에서 따져보면 3%가 부족할 뿐이다. 그래서 잘해보겠다고 경찰대학을 만들어 법교육도 시켜보고, 선진수사기법을 도입해 인권보호도 하고 있다. 그런데 뭔가 모자르다. 부족하고 석연찮다.

재벌총수 보복폭행 사건의 현장에서 경찰이 어쩌지 못하는 3%의 실체를 보게 된다. 사건은 단순 쌍방폭행 사건이지만 수사대상이 거물급이다. 그래서인지 탐문수사니 과학수사니 일반 범죄 해결할 때는 펄펄날던 경찰이 이 사건에서는 유독 약한모습을 모두 드러냈다.

초동수사부터 문제였다. 경찰은 눈앞의 피해자를 보고도 서로 화해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덮어버렸다. 또 첩보를 입수하고도 사건을 한달이상 끌어 은폐의혹을 받았다.

언론이 사건을 터뜨리니 부랴부랴 특별팀을 꾸렸지만 핵심인물 중 한명이 이미 외국에 간 줄도 모르고 소환하겠다고 열을 올렸다. 국민들이 일어서고, 청와대가 받혀주어서 "피곤하다"던 양반을 결국 불러냈지만 알아낸 증거는 청계산에서 차량 몇대를 봤다는 목격자와 피해 주장측의 진료기록부 등 뿐이다.

기막힌 일도 벌어졌다. 증거가 없어 압수수색을 결정하고도 경찰 고위관계자라는 사람은 뜬금없이 영장이 발부되기도 전에 사실을 언론에 넌지시 알렸다. 온국민이 아는 압수수색이 1일 실시됐다. 일선에서 뛰는 경찰과 검찰, 법원은 물론 국민 모두 맥이 빠진다.

경찰은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수사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주고 죄는 달게 받게해야 한다. 경찰 수사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된다. 3%의 한계를 넘어설 때 경찰이 원하는 수사권 독립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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