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재산환원후 버크셔해서웨이 첫 주총
"미국 자본주의를 제대로 느끼려면 오마하로 가라"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의 고향 오마하. 세계 자본주의의 본산 뉴욕으로부터 비행기로 3시간30분 걸리는 미국 대륙 한 복판에 있는 네브라스카주의 동쪽, 아이오와주와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로 한 시간만 나가면 옥수수밭이 펼쳐지는 농촌지역의 중형 도시지만 올해도 '미국 자본주의의 축제'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렸다.
◇부자, 그들만의 잔치 아닌 미국 자본주의 축제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는 지난 1965년 주당 12달러로 시작, 지난 4일 11만달러에 이르기까지 9000배가 올랐다. 수많은 주식 부자들을 탄생시켰다. 올 1분기에도 S&P500 기업들의 평균 수익증가율이 5% 안팎인데도 버크셔해서웨이 수익 증가율은 12%에 달했다.
특히 버핏 회장이 지난 해 370억달러(37조원 상당)에 달하는 자신의 재산 85%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후 처음으로 열리는 올해 주총은 '부자,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투자정보를 교환하고 한 해 동안 거둔 성과에 축배를 나누는 자리에서 도덕적 성취감까지 보태졌다.

◇"버핏은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었다"
5일 새벽 6시 오마하시 동쪽에 자리잡은 1만7000석의 대형 경기장 퀘스트센터로 주주들과 가족들이 몰려들었다. 주총이 시작하기 전 경기장 한편에 마련된 버크셔해서웨이 투자회사 72개사 전시장에 버핏 회장이 나타나 손님을 맞이했다.
올해로 17년째 주주총회에 참석한다는 노부부는 "손자에게 주식을 물려주겠다"며 멀리 플로리다에서 손자와 함께 왔다. 노 부부는 "버핏은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든 사람"이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미스터 버핏'은 그들에게 단지 많은 수익을 안겨주고 돈버는 기술을 알려주는 투자의 귀재만이 아니었다.
이번 주총에 참가하기 위해 버크셔해서웨이 주식 한 주를 일부러 산 주주와 경영학 수업을 함께 듣는 대학생 한 반이 모두 찾아오기도 했다.
독자들의 PICK!

올해도 버핏의 친구이자 세계 1위 부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주총장을 찾았다.
버핏 회장은 전시장에 나타나 주주들을 맞이하고 기자들과 즉석 인터뷰를 한 뒤 유클렐리(기타 모양의 하와이 현악기)를 연주하며 팝그룹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축제의 흥을 돋궜다.
◇"챔피온처럼 투자하라"
오전 8시. 주주총회가 시작됐다. "챔피온처럼 투자하라(invest like a champion)"라는 주제의 영화가 시작됐다. 따분한 영화가 아니다. 팝음악과 미식축구, 프로농구, 코카콜라를 소재로 77세 버핏이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투자회사의 이름이 모두 달랐지만 '버핏' 브랜드로 무장시키는 절묘한 광고 전략이기도 했다.
주주총회의 하일라이트는 역시 오전 9시부터 무려 5시간 동안 진행되는 주주들과의 일문일답. 10세 어린 소녀부터 펀드매니저까지 미국 전역과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주주들의 질문 공세에 때로는 유머로, 때로는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그는 주주 자본주의를 강의했다. 버핏 회장은 마라톤 질의.응답에 일부 주주들이 자리를 비우는 것을 보고 옆에 앉아있는 찰스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을 가르키며 "찰리가 답변할 때 자리를 비우라"고 말해 청중의 폭소를 유도했다.
버핏의 '펜 서비스'는 혀를 내둘게 했다. 외국에서 찾아온 주주들과는 별도의 모임을 갖고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고 손을 잡아줬다.
◇오마하는 버핏 특수..렌터카, 호텔, 항공기 동나

오마하는 '버핏 특수'를 한껏 누렸다. 주주총회 전날인 4일 오마하로 향하는 항공편엔 빈 자리가 없었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보름전부터 렌터카는 동이 났고 호텔비도 평소 하루 70~80 달러 짜리가 160~170달러로 치솟았다.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오마하에서 "돈 좀 쓰고 가시라"는 버핏의 노골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도 엿보였다. 주주총회 첫 행사인 리셉션을 '보세임'이라는 보석가게에서 열고 주주들에게 30% 할인판매를 한다.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회사이기도 한 보석가게에서 주주들은 아무도 버핏의 상술을 탓하지 않는다.
◇"부자들이 더 무서워"
주총 이틀째인 5일 '주주과의 질의.응답' 일정이 끝난 뒤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오마하 시내에 있는 '네브라스카 가구시장' 옆 공터에 천막 파티장을 만들고 햄버거를 5달러의 다소 싼 값에 주주들에게 제공했다. '미국 최대 가구 시장'이라고 쓰인 가구판매점에게 주주들이 자연스럽게 쇼핑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버핏은 반드시 매장에 나타난다.

그 회장에 그 투자자들인가. 세계 3대 부자이면서도 30만달러짜리 소박한 저택에 사는 버핏 회장처럼 주주들도 검소하기는 마찬가지. 한 주 가격이 10만9000달러, 한화 1억원이 넘는 A주식, 300만원이 넘는 B주식을 소유한 '부자'들인데도 바비큐 천막식당에서 제공하는 5달러짜리 저렴한 저녁식사를 위해 30분이상 기다려야 하는 긴 줄을 지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