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팬텀신화'의 그늘

[기자수첩]'팬텀신화'의 그늘

이규창 기자
2007.05.07 09:45

팬텀(팬텀엔터그룹)의 최대주주가 조세포탈 등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 가운데 방송계에 광범위한 주식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업계 관계자들은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이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 더 심각한 문제는 팬텀의 성장신화가 드리운 그늘이 엔터 업계의 자생적인 경쟁력을 갉아먹게 했다는 점이다.

2005년 우후죽순 코스닥에 우회상장한 엔터 업체들의 선두에는 팬텀이 있었다. 400원에서 2만원까지 50배나 치솟은 주가는 엔터업계에 '대박'의 꿈을 안겨줬고, 제작현장에서 사라진 엔터 경영인들은 금융부티크와 우회상장을 논하기에 바빴다.

주식시장의 건전한 자금이 수혈되면 '한류'라는 기회를 맞은 엔터업계가 쾌속성장할 거란 기대와 달리, '돈 맛'에 빠진 일부 업체들은 증시 자금으로 시너지 없는 인수합병에 매달리거나 주가를 띄울 목적으로 거액을 주고 연예인들을 모았다.

허술하게 관리되는 공정공시를 홍보창구로 이용해 '10대0' 계약을 한 연예인 영입으로도 주가를 올렸고, 이면계약으로 연예인들의 이름만 빌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주가부양을 위한 '이름값' 때문에 스타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단적인 예로 국내 연예인의 광고 모델료는 할리우드 배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주가상승 차익을 고려하지 않으면 납득 불가능한 수준까지 오른 연예인들의 몸값은 엔터 콘텐츠의 수익구조를 붕괴시켰고, 관련 업체들은 별 수 없이 철옹성이던 방송사의 지분을 넘보거나 수익만 된다면 무관한 업체도 사들이는 문어발 확장을 하게 됐다.

방송콘텐츠 제작도 주가를 올리는 소재로 부각되면서 상장사와 관계된 제작사가 급증했지만, 편성에는 한계가 있고 권한은 방송사에 집중됐으니 주가상승의 혜택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로비가 이뤄졌을 개연성도 충분하다.

급성장한 팬텀의 영향력에 놀라고 군소 제작사들의 민원에 골치아팠던 방송사들은 이제 돈상납, 성상납에 이은 PD들의 주식상납 의혹으로 이미지가 실추될 위기를 맞았다. 또한 이번 로비의혹은 증시 자금이 엔터 업계를 성장시키고 해외로 뻗어나가게 하는 대신, 작은 국내 시장에서 독점 구조를 만들어 부작용을 낳았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지난해 우회상장의 열병이 끝나고 올해 흑자를 내기 위한 건전한 업체들의 노력도 활발하지만, 팬텀 신화와 증시 자금이 '독'으로 작용한 업계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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