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우리 브랜드가 잘 알려졌습니까, 그렇다고 돈이 많아 마케팅을 세게 하겠습니까."
최근 만난 한 중소 의류업체 마케팅 담당자의 넋두리다. 이 회사는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는데, 최근 해외 브랜드 수입이 많아지면서 점점 장사하기 어려워진다는 것.
'갭', '바나나 리퍼블릭'(이상 신세계), '띠어리'(제일모직), '안나 몰리나리', 블루마린', '블루걸'(이상 LG패션)…. 올들어 대형 유통사 및 대형 패션업체들이 들여온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다.
패션전문지 어패럴뉴스가 발행하는 한국패션브랜드연감에 따르면 작년 해외 브랜드 숫자는 전체의 43% 정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들어 수입이 가속화되면서 절반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는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이 고급화, 명품화 전략을 추구하면서 해외브랜드만 찾기에 급급하고 있고, 대형 패션업체들도 런칭하기에 돈이 많이 들고 리스크가 큰 자체 브랜드보다 잘 알려져 있는 해외 브랜드 수입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해외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외제=명품, 국산=싸구려'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대형업체들이 해외 브랜드 수입에만 주력하고 국산 브랜드 육성을 등한시하는 것은 문제다. 이미 '명품'이라는 글자가 붙은 유통체인에서는 국산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국산 브랜드 중 미국이나 유럽 등에 수출되고 있는 브랜드도 거의 없다.
게다가 과거에는 해외 브랜드들이 명품으로 취급받으며 국산 브랜드와 가격차 때문에 국산 브랜드가 버틸 구석은 있었지만, 해외 브랜드의 입지가 넓어질수록 가격 경쟁력도 점점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위로는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등의 유명 브랜드와 경쟁하고, 아래로는 중국 등의 저가 제품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이른바 '샌드위치 한국 패션산업'. 이런 상황에서 대형 유통 및 패션업체들이 해외 브랜드에만 눈독을 들이는 현재 모습은 '한국 패션산업은 수입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론을 수긍케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