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인터뷰-③교육문제편
"우리 교육은 사교육 번창, 공교육 황폐화 등 만신창이다. 평준화때문이 아니라 평준화를 잘못해서 그렇다. 평준화 실패는 고교등급제 심화 때문이다. 교육의 질 저하는 평준화 때문이 아니라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랜 교직생활을 하셨고 한은 총재 시절에도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으셨다. 우리나라 교육문제, 특히 사교육과 대학 입시제도의 근본적 해결책을 말씀해 달라.
▶사교육으로 자기 자식만 가르치려고 하면 한국 교육문제는 어떤 정부도 해결 못한다. 과거 이런 문제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고등학교 평준화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사교육이 지금까지 해결 안 된 것은 의식구조가 변하지 않아서다.
지금 우리 교육은 사교육 번창, 공교육 황폐화, 중고교의 등급화, 교육경쟁력 약화 등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것은 평준화 제도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평준화를 제대로 안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평준화를 제대로 하는 개혁조치 단행하든지, 아예 평준화를 폐지해서 중고등학교부터 경쟁입시제도 도입하든지 양자택일 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대학입시를 자율화 하자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평준화는 당장 무너진다. 본고사를 부활하고 고교등급제를 실시하는 상황에서 평준화제도가 생존할 수 없다.
평준화 정책은 왜 실패하고 있는가. 평균화정책을 하는데도 사실상 고교등급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지방간, 서울에서도 강남북간, 고등학교 차등화가 심화되고 있다. 평준화 정책은 모든 학교의 교육서비스가 무차별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평준화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평준화가 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하향 평준화된다고 주장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지금 평준화정책을 쓰고 있는 중고교의 국제 경쟁력은 막강하다. 중고교의 세계경쟁력 경시대회에서 항상 1, 2 등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교육의 질 저하는 바로 대학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준화가 문제가 아니라 대학교육 자체가 잘 못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학생을 잘못 뽑아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뽑은 학생을 잘못 교육 시키고 있다.대학의 질과 학생선발하고 관련이 없다.
"학군제에 의한 지역배정제를 폐지하고, 전국 단일 학군으로 바꾸고 추첨에 의해 선발해야 한다. 대학재학중 성적은 수능성적이 아니라 내신성적과 연관성이 높다. 내신 비율을 50% 이상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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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평준화를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폐쇄적인 학군제에 의한 지역 배정제 때문에 중고교 등급화가 생기니 이를 폐지하고 전국을 단일 학군으로 해서 추첨에 의해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누구든지 어느 학교나 지망할 수 있게 하고, 이중에서 추첨을 해서 학생을 뽑아, 시골학생도 서울로 올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평준화의 기본원리다.
선진국에서도 부자동네에 좋은 학교가 있지만 입학은 전국적으로 개방돼 있다. 우리나라는 부자동네, 명문 중고등학교 만들어 놓고 그 지역에 사는 사람에 한해 입학 자격을 주니 시간이 지날 수록 귀족학교와 등급화가 필연적이다.
두 번째로 대학 입시제도를 내신성적위주로 바꿔야 한다. 대학 재학중 성적과 수능 성적은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 그러나 대학 재학중 성적과 내신성적의 상관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서울대 연고대 서강대 수많은 대학에서 조사한 일치된 결론이다. 서강대의 조사에 의하면 재학성적과 수능성적의 상관계수는 0.04다. 대학 재학중 성적과 내신성적과의 상관계수는 0.35로 수능성적보다 10배의 상관성을 가진다.
대학 입학생 선발은 성장환경에 의해서 결정되는 수능 성적과 잠재력에 의해서 결정되는 내신성적을 함께 봐야 한다. 내신 성장 실질 반영률을 50% 이상으로 하고 나머지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 다만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내신성적을 좀 더 세분화할 필요는 있다. 이것이 평준화를 제대로 하기 위한 개혁이다. 중고등학교는 평준화, 대학은 완전 무한경쟁체제로 가야 한다.
-고등학교 등급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학교간 교육 서비스가 차별화 돼 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전국 단일 학군제를 하면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서울 명문고에 몰리고 그로 인해 학교간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은 없나
▶그래서 추첨제를 해야 하는 것이다. 입학시점에서는 평등을 주지만 교육과정에서 차등은 불가피하다. 선생님이 잘 가르치면 좋은 학생이 나올 수 있다. 잘못 가르치면 후순위에서 뽑아 고통을 받을 거다. 그래서 걱정하고 반대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