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 주택법에는 무주택 서민들이 아파트를 우선 공급받고, 투기를 방지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에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일정한 분양절차를 밟아 적정한 분양가에 아파트를 분양하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분양자격은 건설교통부령(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으로 정해진다.
정부가 서민을 위한 주택 공급 정책을 시행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1963년 제정된 공영주택법에서는 가족의 월수입 총액이 주택가격의 약 2% 이하가 돼야 대한주택공사에서 공급하는 공영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었다. 1973년부터 시행된 주택건설촉진법에서는 전체 물량의 10% 범위에서 원호대상자, 철거민에게 우선자격을 주었다. 동순위 그룹에서 경쟁자가 있을 때는 영구불임시술자, 해외근로자 순서로 아파트 공급 대상자를 정하기도 했다.
개발시대인 1970년대에는 아파트 재개발로 철거민들이 많았고, 중동건설붐으로 해외근로자들이 애국자로 우대받았기 때문에 이같은 정책이 나왔을 것이다. 지금 보면 영구불임시술자에게 우선자격을 준 것은 웃음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인구억제가 당면과제이었던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한 주택 공급 정책이었다.
이와 같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아파트 분양제도가 변해왔지만 대체적으로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는 일관돼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집값이 폭등해 급기야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했고 올 9월 시행에 들어간다. 분양가상한제가 민간업체의 아파트 공급을 위축시켜 집값 안정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비판이 있으나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따라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를 막고자 채권입찰제가 같이 시행된다. 분양가상한제는 오히려 집값 불안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는데,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받을 수 있어 시세차익을 챙기려고 과열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채권입찰제는 아파트 당첨자에게 계약시점에서 기대되는 시세차익이 거의 없도록 아파트 취득에 따른 비용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제도다.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주택채권을 입찰방식으로 매입해야 하고, 아파트 당첨자가 장기간 채권을 상환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채권할인율만큼 손실을 보게 해 투기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또한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길수록, 부양가족수가 많을수록 청약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청약가산점제도가 확대 도입돼 같은 무주택자라도 가산점수에 따라 아파트를 공급받을 수 있는 자격에 차등이 생기도록 했다.
독자들의 PICK!
이같은 아파트 분양제도가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은 없을까. 현행법은 해당 주택 건설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선 청약기회를 주는 소위 지역우선공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과거에는 적절했을지 몰라도 최근 몇년 동안 신도시 개발의 잇단 발표에 즈음해 과연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 극히 의문이 든다.
신도시 개발은 주택 공급을 늘려 수도권 전체의 주택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정책이다. 따라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입주 우선권을 준다면 정책 효과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천 송도지역의 아파트는 인천주민이, 판교신도시의 아파트는 성남주민이, 동탄신도시의 아파트는 화성주민이 상당부분 우선권을 행사하는 것이 현재 주택시장의 수요에 부합하느냐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며, 다른 제도들도 시장의 흐름에 맞는지 비판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완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