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야기] 거지까지 집을 샀다니

[환율이야기] 거지까지 집을 샀다니

홍재문 기자
2007.08.12 09:25

주가지수 2000 세상이 열렸다고 우쭐하더니만 이젠 전세계 시장이 망한 듯 난리다. 도대체 3주간 뭐가 달라졌기에 이렇게 호들갑일까.

7월25일 코스피지수 종가는 2004.22로 사상 처음 2000대에 올라섰고 원/달러 환율은 913.9원에 장을 마치면서 연중최저치를 경신했다.

당시 주가 3000, 심지어 5000까지 거론하면서 대세상승 국면을 목놓아 외쳤다. 원/달러 환율은 900원선 붕괴를 점쳤다.

그런데 8월10일 장이 끝나자 증시 붕괴 우려감이 파다해졌고 원/달러 환율은 추가 급등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생했을 땐 모기지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전체 금융자산에서의 비중이 1%에도 못 미치는 사소한 두통 정도로 치부했다.

하지만 증시가 재차 급락한 데 화들짝 놀란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서는 상황을 보게 됐다.

BNP파리바 은행이 모기지가 아닌 자산담보부증권(ABS)의 환매를 중단하면서 심각성을 인식한 시장이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것으로 나온다. 모기지는 사소한 것인데 ABS는 사안이 중대하니까?

원리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모기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이 정통적인 주택금융이다.

하지만 닷컴버블 이후 전세계가 금리 인하에 열을 올리면서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자 리스크 개념이 상실되면서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모든 대상물의 가격이 앙등했다.

주택가격이 오름세를 거듭하자 구매 능력이 전무한 사람조차도 한탕주의에 빠져 모기지 시장을 노크했다. 넘치는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던 금융기관들은 주택 구매시 계약금은 물론 처음 얼마동안 오히려 돈을 지급하는 변종 모기지까지 만들어 고객을 꼬셨다.

돈 한푼 없는 사람이 연일 오르는 집값을 보고는 드디어 모기지를 통한 주택구입 광기에 동참했다. 옆집 아저씨, 아줌마도 앉아서 돈을 번다니까 너나 할 것 없이 이성을 잃었다.

알트에이(Alternative-A), 서브모기지, 이런 식으로 계속 우량과는 거리가 먼 주택담보대출이 횡행해졌고 이를 담보로 증권까지 발행했다.

이런 증권이 돈이 된다면서 헤지펀드는 물론 상업은행까지 투자를 했다. 근데 거지까지 집을 샀다니 그 뒤를 따를 자가 있겠는가.

주택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모기지 회사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그 회사에 돈을 꿔주거나 증권을 산 펀드 및 은행들은 손실을 입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놀라면 안 된다. 차입인수(LBO) 및 대출담보부증권(CLO)은 모기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모기지는 집을 산 사람과 모기지 회사가 다 망해도 집은 남는다. 그러나 불량대출은 공중에 뜬다.

사모펀드(PEF)가 주로 사용한 LBO에 문제가 생기면 기업인수합병(M&A)도 타격을 받고 굴뚝산업과 금융권이 공멸하는 길을 밟을 수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이 나섰으니 일단 현 사태는 진정될 것이다. 아직도 시장엔 돈이 풍부하고 자산가격 상승세를 희망하는 사람이 득실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원/엔 환율에 이어 마침내 상승추세 돌입을 선언했지만 한국내 문제보다는 미달러 단기 유동성에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힘찬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 주말 FX스왑포인트 및 스왑베이시스(CRS-IRS) 하락은 모두 달러 차입 문제가 부상했기 때문이지 원화 유동성 등 국내시장과는 별개 사안이다. 이자율스왑(IRS)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에서도 통화스왑(CRS)금리가 빠져야 진짜 위기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변동성(VIX) 상승과 미국채 수익률 하락을 동반하는 미증시 하락은 크게 우려할 바가 못 된다.

콜금리 인하, 국채수익률 상승, 달러가치 상승, 변동성 하락이 동반되는 미증시 하락이야말로 진정 추세하락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시간문제일 뿐 결론은 내려진 것으로 보지만 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