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나간 연인을 응징하는 가장 통쾌한 방법은 뭘까. 보다 멋진 연인을 만나 보란 듯이 행복을 과시하거나, 뼈를 깎는 노력으로 몸 만들기에 나서 구관이 명관이었음을 상기시켜주는 것 만으로는 부족한가 보다.
지난 14일 애인의 변심에 앙심을 품고 애인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아이디를 삭제한 대학원생이 불구속 입건됐다. 긴시간 주고받은 메일, 블로그에 쌓아놓은 사진, 개인적으로 수집한 자료가 통째로 날아갔으니 그로 인한 불편은 액수로 따지기 어려울 터.
나름 통쾌한 복수가 됐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실연당한 청춘의 애교로 치부하기엔 너무 멀리 갔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교포들이 주로 활동하는 모 온라인장터 사이트에서 국내 포털 사이트의 아이디가 대량 매매되고 있다.
가까운 혹은 가까웠던 지인을 통해 유출되는 정보야 사전에 막기 어렵다 쳐도, 아이디가 당사자도 모르게 유료로 거래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이렇게 거래된 아이디가 어떤 용도로 쓰일지 생각해보면 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포털 아이디 매매는 주로 포털에 카페를 개설할 때 카페 회원수를 인위적으로 부풀려 대외 홍보를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포털이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역이 광범위한 점을 고려하면 악용될 소지가 무궁무진하다. 다행히 악용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해도 개인정보인 아이디를 사고 파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들은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복수 아이디를 단수 아이디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뒤늦게 개인정보 보호대책을 강구하느라 분주하다. 온라인 게임업체엔씨소프트(261,500원 ▼9,000 -3.33%)가 '리니지' 아이디 도용으로 송사를 치뤘던 전례가 포털업계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확실하고도 발빠른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