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창구"(환매)늦었으니 참을수 밖에…"

PB창구"(환매)늦었으니 참을수 밖에…"

은행팀
2008.01.22 16:16

펀드수익률 급락하자 문의 급증..환매 놓고 이견도

"요새 너무 힘이 드네요. 고객이 위험을 수반하는 펀드 대신 확정금리형 특판예금에 가입하겠다고 하면 안도의 한숨이 나올 정도에요"

급락하는 펀드수익률에 고민하는 은행권 PB의 하소연이다.

세계증시가 동반 폭락하며 국내 투자심리도 급냉한 가운데,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투매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시장분위기 속에서 뾰족한 묘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 PB지점에는 시장급락에 따른 대책을 문의하는 고객들의 전화가 크게 늘고 있다. 조만간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고 믿고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고객들까지 우려하고 나서 PB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초연했던 PB고객들도 '불안'= 주로 부자고객들을 상대하는 PB센터는 시장의 변동에 평소 상대적으로 차분한 반응을 보여왔지만 이날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100포인트 이상 급락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PB는 "워낙 시장의 단기 하락폭이 커 고객들에게 '일단 견디자'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며 허탈해 했다.

A은행의 한 PB는 "시장하락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오던 고객들이 지난주말부터 전화를 해 대책을 묻고있다"며 "지난해 8월경 증시가 급락했다가 다시 올라간 사례가 있어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세장이 좀 더 갈 것 같다"며 "증시가 반등하면 펀드 비율을 조금씩 줄여가는 것이 정석인데 지금은 때를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B은행 PB는 "지난 10일 전후 시장에 대해 걱정하는 고객들의 전화가 급증했다"며 "요새는 대부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패닉상태인 고객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PB들이 염려하는 것은 이번 하락이 지난해 8월의 증시급락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가를 급락시킬만한 악성재료들이 인터넷 브라우저의 '팝업창' 처럼 불특정한 시간에 수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이번 하락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PB들의 진단이다.

또 PB들은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한 만큼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일 만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은 한, 지난해 8월 급락 후 나타났던 극적인 회복세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C은행의 한 PB는 "현재 국내 뿐 아니라 해외증시는 눈치만 보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인하 움직임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소극적인 시장분위기와 함께 독자적으로 나섰다가 두드려 맞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같은 분위기에서 자금의 신규유입은 엄두를 낼 수 없다"며 "상반기에는 펀드비중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어차피 늦었다"= 대부분의 은행 PB들은 이번 주식시장 급락으로 인해 '매도시기는 이미 놓쳤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성급한 환매보다는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시기를 기다렸다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이다.

D은행 PB는 "지수가 크게 빠지기 전에 환매한 일부 고객들은 정말 운이 좋았다"며 "대다수 환매시기를 놓친 고객들에게는 좀 더 기다리라는 조언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에 (지수가) 너무 많이 깨져 어차피 한 타임 늦었다"며 "고객들에게도 좀 더 길게 멀리 보자고 한다"고 말했다.

E은행의 한 지점장도 "지금 당장 펀드를 팔기에는 손실 폭이 너무 크다"며 "일단 이같은 하락세가 오래갈 것으로 보여 단기적으로 1~2달은 지켜보면서 환매시점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회복하려면 빨라도 6개월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만약 급전이 필요해 환매를 반드시 해야 한다면 1달 정도 기간을 두고 정리하는게 좋다"고 설명했다.

F은행의 한 PB는 "지금 환매하면 원금의 20%는 손해본다고 봐야 한다"며 "이를 환매해 정기예금으로 갈아타고 회복하는데 2~3년이 걸려 차라리 1년 6개월정도 펀드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낫다고 고객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주가가 앞으로 더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긴급자금을 투자한 고객에게는 펀드환매를 권하고 있다"며 "여유자금을 투자한 고객들의 경우 환매로 많이 돌아서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이제라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시중은행 PB팀장은 "변동성 높은 국내 펀드들의 수익률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태풍이 불어닥치고 있을 때는 견디기 보다는 피하는게 상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코스피 지수가 160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지금이라도 환매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한편 펀드수익률 급락으로 인한 고객들의 항의는 은행창구에서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아직 불완전판매 등과 관련해 항의한 분은 없다"며 "만약 주가가 더 빠지면 항의하는 분들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불평을 많이 하고 있다"며 "그래도 시장에 대한 고객들의 이해도가 높아진 까닭에 거칠게 항의하는 분이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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