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육우협회, 고질적인 대형마트 우유 끼워팔기에 투쟁선언
12일 오후 서울신세계(316,500원 ▲16,000 +5.32%)이마트 용산역점 지하2층 우유 매장. 진열대를 들여다보면 혼자 서 있는 우유 통이 거의 없다. 하나같이 1L짜리 우유 제품 하나에 180ml ‘동생 우유’ 한두 개가 스카치테이프로 칭칭 동여맨 채 업혀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일명 ‘배불뚝이 우유’라고도 부른다.
파스퇴르 ‘내곁에 목장’ 유기농우유 900ml 1개에 180ml 1개,남양유업(51,200원 ▲1,600 +3.23%)‘맛있는우유GT’ 1000ml 1개에도 180ml 우유 1개가 붙어있다. 한 술 더 떠 서울우유는 덤 판매용 180ml 우유패키지에 커다랗게 ‘고객사은품’이라는 문구를 인쇄해 놨다. 아예 대형마트 납품전용으로 상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우유 진열대의 모습도 비슷했다.매일유업(11,110원 ▲110 +1%)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동원데어리푸드의 ‘뼈가 좋아하는 고칼슘우유’ 등도 모두 1개 혹은 2개의 덤 상품이 얹혀 있었다.
이같은 대형마트의 우유 끼워팔기 행위는 하루 이틀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낙농육우협회가 이같은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는 지난 11일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업체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홈에버 등 대형마트업계에 우유 덤 판매(끼워팔기, 1+1행사) 등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협회는 대형마트들이 우유 덤 판매를 계속하면 유가공업체의 경영손실로 이어지고, 이는 곧 개별 낙농업체의 공급단가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1000ml 우유 하나가 마트에서 2000원 전후에 팔리지만, 덤 상품 1~2개의 가격까지 감안하면 실제 공급가는 이보다 훨씬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유가공업계의 경영손실이 총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협회는 추정하고 있다. 이 손실이 고스란히 낙농업계에 전가되고 있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낙농가들이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가공업체에 울며겨자식으로 원유를 계속 납품할 수밖에 없다. 유가공업체와 대등한 교섭력을 유지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는 우유의 특성상 개별 낙농가들은 다른 제품처럼 저장고를 따로 만들 수가 없다. 공급을 조절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낙농가들은 유가공업체 납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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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의 힘이 커지면서 대형마트가 유가공업체에 '배불뚝이 우유' 즉 덤 우유를 강요하고 유가공업체는 낙농가에 이를 전가하는 악순환 때문에 낙농가가 위기에 몰려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대형마트의 덤 판매 경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것도 낙농가의 근심거리다. 지난 2004년 200ml 우유 기준으로 하루 18만개에 달하던 덤 판매가 지난해 하루 110만개까지 급증했다. 3년 간 하루 판매량이 92만개, 무려 610%가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전체 우유 판매량에서 덤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이 5%까지 급증했다.
협회는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련 정부부처에 실태조사와 제재조치를 촉구하는 한편,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덤 판매 강요 중단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한 지역 농가를 중심으로 덤 판매가 근절될 때까지 유통감시단을 조직해 실력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일부 강경한 낙농가는 우유 공급중단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환 한국낙농육우협회 청년분과위원회 위원장은 “대형마트 덤 판매의 철저한 실태조사와 함께 우유 끼워팔기 근절을 촉구한다”며 “정당한 요구를 계속 묵살할 경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