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우려 있는 위험한 발언이지만 주가 상승 이끌어
1일 오전삼성전자(189,600원 ▼9,800 -4.91%)기자실이 분주해졌다. 삼성전자의 '입' 주우식 IR팀장(부사장)의 D램 가격인상 고려 발언이 외신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전날 3위업체 엘피다가 D램 가격을 20%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업계 1위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날까지만 해도 "D램 가격은 시장상황에 따라갈 뿐 먼저 가격조정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주 부사장의 멘트는 아슬아슬했다. 엘피다가 가격인상을 예고한 뒤 곧바로 삼성전자도 인상 방침을 밝힐 경우 자칫 '서로 합의하고 일제히 가격인상에 나서는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D램 업계는 그동안 수차례 담합으로 호된 시련을 겪은 바 있어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극도로 조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멘트는 다소 이례적이었다.
결국 삼성전자는 오후 공식 입장을 통해 "일부에서는 2분기부터 D램 시장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D램 가격과 관련된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한발 후퇴했다. 반도체 총괄 관계자도 "시장상황에 따라갈 뿐"이라는 전날 입장을 반복했다. 실제 D램 가격협상의 담당은 반도체 총괄이다.
하지만 주 부사장의 발언은 'IR팀장'으로서는 절묘한 발언이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개장초 약세를 보였지만 D램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1만3000원(2.1%) 상승하며 63만6000원에 마감했다. 최근 3 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60만원대 안착을 굳히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D램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3개월간 61만원만 세번을 찍었다. 이번에도 단기조정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주 부사장의 발언으로 인해 주가가 조정없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차피 삼성전자의 D램 공급가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며 "D램 가격이 실제로 상승하지 않더라도 주 부사장의 이날 멘트는 IR팀장으로 확실한 역할을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등 D램 업체들이 주요 PC 업체들에 납품하는 고정거래가격은 매월 두번씩 결정되며 평균적인 가격이 'D램 익스체인지'라는 대만 시장조사기관을 통해 집계된다. 하지만 개별 업체들의 공급 가격은 공개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