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늬만ㆍ절반만 '분산투자'?

[기자수첩]무늬만ㆍ절반만 '분산투자'?

이규창 기자
2008.04.24 10:47

"펀드이름에 아시아가 들어가서 분산투자한다고 생각하고 가입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실상 중국, 인도에 몰빵하는 펀드나 다름없더군요. 손해봤습니다."

"이상하네요. 하락장에서 분산투자는 좋다고 해서 그리했는데 투자성과는 기대이하더군요"

분산투자 조언에 따른 사람들의 불만이다. 작년말부터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펀드 운용·판매사들은 '분산투자'를 강조했다. 중국에서 브릭스로, 다시 더 넓은 지역에 나눠 담으라는 조언에 투자자들은 수수료 물어가며 펀드 갈아타기에 바빴다.

그러나 '분산투자' 조언은 효험이 과장되거나 오도된 면이 있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하락장에서 해외 증시는 상승장보다 더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높다. 떨어질때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분산투자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무늬만 분산투자' 펀드에 오도된 경우도 있다. '이머징인프라', '아시아컨슈머' 펀드도 이름으로 봐서는 분산투자를 지향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중국, 인도비중이 커 사실상 친디아펀드다. 브릭스펀드도 중국비중이 높아 중국증시에 민감하다.

작년말 펀드 판매창구에서 흔히 들었던 "중국펀드는 보유하고 브릭스에 새로 가입하라"는 조언에 따랐다면 본의 아니게 중국비중이 높은 펀드에 중복 가입하게 된 셈이다. 글로벌 자산배분펀드인 인사이트 펀드도 중국(홍콩포함)비중이 45%나 돼서 절반은 중국펀드다.

업계에서 '분산투자'를 외치던 작년 4분기 국내 펀드의 환매율은 미국의 4배에 달하는 23.9%를 기록했다. 펀드 순자산중 4분의 1이 환매됐지만 순자산은 줄지 않았으니 그만큼 '갈아타기'가 빈번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망하다던 '분산투자'를 위해 부지런히 옮겨다닌 투자자들은 수익률 하락을 피하지 못했지만. 업계는 수수료 이득만 챙겼다는 눈총이다.

투자자들에게도 펀드의 기초자산을 잘 따져가며 포트폴리오를 엄선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말로만 '분산투자'와 '투자자교육'을 외치는 업계의 자성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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