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악재 불구 韓기업 고른 실적개선… 기관들 매수여력 커져
뉴욕증시가 또 하락했다. 이번에도 금융주가 원인이다.
대규모 손실을 입고 자금 경색에 빠진 리먼브러더스가 긴급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용위기감이 그치지 않았다.
미증시가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댈 언덕이 사라졌으니 이날 코스피 증시가 사흘 연속 하락할 확률이 높아졌다.
전날 200일 이평선까지 내줬던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위협하는 지경에 처할 지 모른다는 우려감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된 이후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까지 금융위기가 지속된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물론 무분별한 파생상품 투자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은 미국 금융기관이 쉽게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
사상최고치 대비 70%나 폭락한 씨티은행 주가가 조만간 상승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는 것은 낙관이다.
이는 베트남과 중국 증시가 바닥을 탈출했다고 단정하는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이 된다.
버냉키 미연준(FRB) 의장은 경기보다 물가에 비중을 뒀다. 성장에 대해서는 보다 낙관적이었고 물가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했지만 시장 반응은 성장보다 물가에 치중하는 쪽이었다.
아마도 현재 시점에서 국제유가 등 상품가격의 하향안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런 시장 반응이 나왔을 수 있다.
우선 미달러는 하루만에 강세로 돌아섰다. 유럽장 초반 103.8엔대로 하락하던 엔/달러 환율은 다시 105엔선을 회복했다. 유로화는 이달들어 처음 1.55선 밑으로 확실하게 내려섰다.
달러인덱스가 73대로 재상승한 점은 향후 달러가치 전망에 있어 매우 긍정적이다.
상품(Commodity) 중 마지막까지 상승추세를 고집하던 국제유가(WTI)는 2.7% 떨어지며 배럴당 125달러 밑으로 내려 앉았다. 135달러선도 넘으면서 글로벌 증시에 부담을 주던 것이 이젠 하락추세로 돌입하는 모습이다.
CRB상품지수도 키레벨인 420선 밑으로 되밀렸다.
미국채 수익률은 사흘째 급락했다. 2년 및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2.4%와 3.9%까지 떨어지며 저항선에서 지지선으로 바뀐 2.5% 및 4.0%선을 밑돌았다. 증시 하락과 발을 맞추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재부상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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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와 상품가격 하락에 증시 및 국채수익률 하락이 전개됐다. 물가는 잡히겠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약해진 모습이다.
최근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WTI가 방향을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나 주가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증시 반응은 그러했다.
결국 경기에 대해 흔들리는 관점은 기업 실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코스피 상장 기업의 이익모멘텀이 지난 3월을 저점으로 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고 특히 5월 이익개선폭은 최근 3년내 가장 높은 3.7%p에 달했다(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주목할 점은 지난 4월의 이익개선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IT와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서만 실적개선이 나타난 데 비해 5월의 이익 개선은 전체 분석대상 30개 업종 중 약 28개 업종에서 나타났다는 점이다.
즉 실적개선이 특정 재료나 업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며, 최근 주가 상승이 실적 모멘텀에 근거한 강세장 진입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3개월 연속 실질적인 순매도에 나서고 있는 투신권(자산운용사)의 증시 접근도 눈여겨 볼 사안이다.
투신권은 지난 3월중 IT와 자동차를 대량 순매수한 뒤 5월중 대량 순매도에 나섰다. 3월 이후 사상최고치에 머물렀던 주식형 펀드 자산내 주식비중이 최근에는 2006년 이후 평균 비중인 93%를 하회하고 있는 상태다(이도한 동양증권 연구원).
이를 종합해보면 기업 실적은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고 투신권의 주식매수 여력은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가 1900선에서 막힌 뒤 1800선을 위협하는 현 상황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내려진다.
지난 3월17일 연저점(1537)부터 2개월만에 1900선까지 치솟았던 단기 급등 부담에 쿼드러플위칭데이를 앞두고 기간조정 모드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적장세가 확장되면서 주가 상승세가 재개될 때를 대비한다면 주가가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오늘과 같은 날 저가매수에 주력하는 게 최선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종별 이익모멘텀분석을 통해 보험, 철강/금속, 자동차/부품, 반도체/장비를 이익모멘텀 개선 종목으로, 운송, 건설, 유틸리티, 미디어를 이익모멘텀 약화 종목으로 꼽았다.
이중 반도체의 이익개선이 가장 빠른 가운데 4~5월부터 보험과 철강/금속의 실적 개선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며칠간 철강주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제품가격 인상에 따른 실적개선에 기초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지수까지 턴업시킬 수 있는 업종은 전기전자가 된다. D램반도체지수(DXI) 상승세가 꾸준하고 투신권의 매수여력까지 담보돼 있기 때문에 모멘텀만 주어진다면 대장주들의 선전이 재개되면서 코스피 연고점 돌파가 시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