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도 M&A도 기다림의 싸움"

"투자도 M&A도 기다림의 싸움"

대담=강호병증권부장,정리=강미선기자, 사진=임성균기자
2008.06.16 12:15

[머투초대석]김기범 메리츠증권 사장

“우리가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되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웃지 않겠어요? 그보다는 한국판 맥쿼리가 될 겁니다.”

김기범메리츠증권사장(52·사진)은 젊은 CEO답게 현실적이고 전략적이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출범에 앞서 무분별하게 몸집을 불리기 보다 전문화된 분야에서 명성을 쌓으며 대형화의 길로 들어선 호주의 대표적 IB(투자은행) 맥쿼리처럼 되겠다는 얘기다.

맥쿼리는 영업과 인사스타일이 매우 공격적이다. 1990년대 다른 IB가 간과한 인프라펀드와 부동산개발 등 틈새시장을 공략해 최근 10년새 시가총액이 18배 증가해 자통법을 통해 급성장한 금융기관으로 꼽힌다.

지난해 5월 김 사장 취임 후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은 조직을 재정비하고 기초체력을 키우느라 김 사장에게는 쏜살같이 지나갔다.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전년대비 78% 늘어난 602억원의 세전이익을 거뒀다. 총자산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80%나 늘어 덩치도 커졌다.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직원들도 바빠졌다.

대리나 과장급 등 젊은 직원들은 대표이사 직속 자문기구인 '주니어보드'를 통해 회사 주요 정책이나 업무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야했다. 직원 개개인이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CEO와 공감대도 커졌다.

좌우명이 수시로 바뀐다는 김 사장의 요즘 좌우명은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하루하루 매순간 시간과 숫자에 집착하며 살아야할 증권업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집착이 없어지면 미련이 사라지고, 판단을 하는데 보다 자유로워져서 현안을 한발자국 떨어져서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취임 후 지난 1년. 회사의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해 집착했던 시간들이 지났다. 이제 보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은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겠다는 그로부터 취임 후 지난 1년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작년 5월 말 취임 이후 이제 1년이 지났습니다. 전반적인 경영실적을 소개해 주십시오.

▶지난 한해 동안 규모면에서 기틀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조직 및 인력 인프라도 상당한 수준으로 구축했다. 이익 신장률 면에서는 업계 '톱'이다.

영업수익은 장외파생상품영업에 힘입어 220% 늘었고,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자산운용, 언더라이팅(회사채발행, 기업공개 등) 전 부문에서 고르게 이익을 냈다.

특히 지점영업과 파생상품운용,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작년 이맘때 취임 간담회에서 1년간 체력을 다진 후 증권사 인수합병(M&A) 에 뛰어들겠다고 했는데, 이제 M&A를 구체화할 시점이 이제 된 것은 아닌가요.

▶전임직원의 컨센서스가 있을 때가 M&A 타이밍이라고 본다. "아, 우리조직이 이만큼 컸구나. 물이 오를 데로 올랐다. 지금이 기회다"라는 느낌을 전직원이 공유하는 시점이 오기 마련이다. 그 때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당장은 증권사 M&A를 하기에는 빠르다. 자통법 시행 이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된 다음 M&A 해야 훨씬 싼 가격에 인수할 수 있다. 지금은 매물들의 프리미엄이 높다.

M&A를 잘못해서 본체가 흔들이고 넘어간 경우가 해외에 부지기수다. 조직성장이 지금은 더 필요할 때다. 우리에게 없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매물이 있는지 등이 M&A의 사전 점검 요건이다.

-올해 전반적인 경영목표는?

▶시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목표는 공격적으로 잡았다.

목표 세전이익은 작년보다 66% 늘어난 1000억원이다. 사업 성장 속도에 따라 증자도 계획 중이다. 자기자본투자(PI)를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더 필요하다.

자통법 시대는 규모의 싸움이 될 것이다.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외국 대형사 수준인 20% 수준은 돼야한다.

과거 1년은 비즈니스 라인업을 갖추는 과정이었다. 업무 영역 구분을 통한 시너지 창출의 기반을 갖췄다. 싸움을 할 만한 준비 과정이다.

올해는 파생상품과 부동산금융 등을 더욱 강화해 전체적인 업무를 주도하는 가운데 다른 부문들도 성과를 내면서 따라오도록 할 계획이다.

제한된 자원을 갖고 각 분야별로 키우면서 대형증권사로 간다는 게 목표다. 규제가 허물어지면서 강점이 집중 부각될 것이고, 집중된 힘을 다른 분야로 분산시키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업계 최초로 부동산금융연구소를 만드는 등 부동산 PF 분야가 강점으로 꼽힙니다. 올해 이 분야와 파생상품 운용에 대한 경쟁력 강화 계획은 무엇인가요.

▶파생상품 운용은 변동성이 높은 신규 파생상품 시장을 개척하고 관련 운용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요즘 베트남시장처럼 이머징마켓은 늘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PF는 부동산 뿐만 아니라 SOC 및 해외사업 등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할 것이다. 순수 PF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부동산개발사업에 대한 직접투자도 고려중이다.

부동산 경기불황으로 부동산금융 환경이 좋지 않다. 그러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혜안 있으면 시장점유율 확보는 역설적으로 쉽다. 일본, 뉴욕 등 해외로 지역을 다변화시킬 생각이다.

-메리츠화재를 지주사로, 증권과 종금을 엮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데 증권 쪽에 어떤 시너지가 있습니까.

▶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 및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지주회사 체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IT자회사 설립, 자산운용사 설립 등은 이미 진행됐고, 추가분야도 검토 중이다.

2010년을 목표로 지주사 관련 법령 개정 경과에 맞춰 지주사 체제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자통법 시대에는 은행, 보험, 금융투자회사 중 금융투자가 핵심이 되기 때문에 증권 쪽 시너지가 가장 크다. 고객정보 공유를 통한 교차판매가 가능하고 보험 판매 네트워크를 이용해 채널을 다각화할 수 있다. 상품 면에서는 자산운용사 설립을 통한 특화된 상품 공급이 가능하다.

-대형사라고 하면 각 분야가 전반적인 위용을 갖춰야하는데 아직 브로커리지, PB영업 부문은 약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어떤 복안이 있나요.

▶지점수가 많냐 적냐는 중요하지 않다.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다채널의 효과를 볼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인터넷뱅킹을 통해 실명 확인이 가능해진다면 무인점포를 통해 채널을 늘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내년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인수 합병을 통한 대형화 등 업계 경쟁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이나 우수 인력 확보 계획은 어떤가요.

▶인력쟁탈전이 더 심화되겠지만 '여기서는 해 볼만 하다'라는 조직의 비전이 있는 한 직원들은 크게 동요되지 않을 것이다.

합당한 대우도 물론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동종 업계 수준 이상의 성과급 제도를 보완 중이다.

작년 성과급의 20%는 우리사주로 지급했다. 주가가 오르면 혜택이 직원 모두에게 돌아간다. 그만큼 주가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고 직원들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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