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총대' 미루는 정부-재벌 화주

서로 '총대' 미루는 정부-재벌 화주

기성훈 기자
2008.06.17 09:02

[현장+]정부 "화주들도 고통분담" 기업 "정부 먼저 나서야"

지난 16일 저녁 6시 30분 서울 중앙우체국 국제회의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삼성,현대차(491,000원 ▼26,000 -5.03%),SK,포스코(329,500원 ▼14,000 -4.08%)등 22개 그룹 기획조정실장과 물류 담담 임원 등이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운송료 현실화, 경유값 인하, 표준요율제 시행을 요구하며 닷새째 진행 중인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화물운송 종사자만 아니라 화주와 물류업계도 고통을 분담하면서 한발짝 양보해 슬기롭게 극복하자"며 "포스코, 삼성, 현대차 등 대형업체들이 협상에 적극 참여한다면 화물연대와의 협상도 곧 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각 사 대표들도 "유가 인상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며 어느 정도 수준에서 올릴 것이지만, 정부와 화물연대가 큰 틀에서 합의를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정부와 화주들은 파업 해결을 위한 원인과 해법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양측은 그 해법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서는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듯 보였다.

화주들은 먼저 정부가 나서서 화물연대랑 합의를 해야 지역 지부와의 협상이 쉽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대기업이 먼저 나서서 합의를 해야 화물연대를 압박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는 직접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형국을 그대로 보여줬다. 실제 이날 화주대표들은 개별 사업장별로 협상이 타결됐음에도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업무가 마비된 곳이 있다며 정부의 강력한 협상력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주들도 마찬가지다. 화주들이 적극 나서고 있지 않다는 화물연대의 주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운송료 인상의 열쇠는 화주들이 쥐고 있는데 그 열쇠를 사용하기 위해 정부가 먼저 '총대'를 매달라고 하는 셈이다.

한마디로 양측 모두 서로 먼저 나서면 뒤따라가겠다는 형국이다. 이날 회동이 예정보다 한 시간 일찍 마무리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상대방에 해법을 미루고 있으니 얘기가 진전될 리 만무하다.

정부와 화주들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당장 몇몇 회사들은 원료가 없어 공장 조업을 중단해야 하고 항구는 컨테이너로 꽉 차 있다.

양측이 계속 소극적으로 사태해결에 임한다면, 냉엄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화물연대의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꾼다"라는 구호가 더욱 더 큰 힘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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