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하락추세 전환..1650선 붕괴시 장기추세도 끝
미증시가 지난주말 급락세에 대한 반발 시도조차 보이지 못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M&A 이슈와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다우와 S&P500 지수가 장초반 상승세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금융권 신용위기 및 국제유가(WTI) 상승세 지속에 따라 결국 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기술주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와 나스닥은 1% 전후의 낙폭을 보였고 다우운송지수는 2% 가깝게 떨어졌다.
지난주말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고유가 대책회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WTI가 배럴당 136달러대로 재상승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송유관 테러공격에 파업까지 가세되는 등 원유 생산 차질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두바이유도 장중 배럴당 130달러선을 다시 넘어섰다. 한국석유공사가 발표한 국내 석유제품 수급 동향자료에 따르면 5월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540만8000배럴로 지난 4월보다 2.83% 증가한 것으로 집계, 3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줄지 않는 모습이다.
씨티그룹은 투자은행 전체직원의 10%에 해당하는 6000명의 해고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전같으면 감원 등 구조조정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을 것이나 이날 씨티은행 주가는 3.9% 급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4일 연속 연저점을 경신하며 2001년 9.11 테러 당시 수준까지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AIG도 5.6% 추락하며 연저점을 기록했고 모간스탠리 주가도 35달러선 밑으로 떨어지며 2003년 상반기 레벨까지 물러섰다.
유럽 경기도 악화되긴 마찬가지다. 독일 기업들의 경기신뢰도를 나타내는 6월 IFO 기업신뢰지수가 전월대비 2.2p 하락한 101.3로 2006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와 벨기에 증시는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다.
전날 1694대로 급락하던 코스피지수가 1715선을 회복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상당한 취약성을 노출했다. 거래대금이 3조7684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은 바닥 확인 선언을 무색하게 만든다.
외국인이 4019억원의 주식 순매도 가운데 1795억원을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했다. D램가격지수(DXI)가 6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코스피의 주도주인 IT전자 업종에 대한 매도공세가 그치지 않는다면 주가 반등은 요원한 일이다.
발트운임지수(BDI)도 하락세를 재개하고 있다. 8일 연속 하락후 이틀 반등했으나 9211로 떨어지며 9000선을 재차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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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악화는 증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1039원으로 11원 급등했다. 외환당국의 매도개입 레벨을 다시 넘어서는 급등세다.
채권 수익률도 급등했다. 국고채 3년물은 5.72%에서 5.87%로, 5년물은 5.79%에서 5.95%로 급등했다. 국채선물은 105.94에서 105.36으로 급락하며 지난 1월9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은행(BOK)이 지급준비율 인상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채권시장은 긴축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오는 25일 미 공개시장회의(FOMC)와 다음주 초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정책 결과를 봐야겠지만 선진국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에 무게를 싣는 조치를 취한다면 BOK도 금리나 지급준비율 인상 등 유동성 축소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만일 현 상황에서 국내 유동성이 내부적인 힘에 의해 위축된다면 증시에는 더 없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1∼3개월) 추세가 하락으로 전환됐다고 선언했다. 아직은 장기 상승추세 속에서 단기 조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하지만 추세선이 위치한 1650선이 무너진다면 장기 추세마저 꺾일 수 있음을 암시했다.
상당수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7월부터 2분기 기업실적이 나오기 시작하면 주가가 반등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가 반등의 계기가 이번 FOMC 회의와 다음달 2분기 실적발표 시즌 초기가 될 수 있다"면서 "현 지수대에서는 추격매도하기보다 보유 또는 교체매매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현금 보유자의 경우 분할매수 관점에서 서서히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고려할 때"라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이겨내고 기업어닝이 계속 증가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로 집약된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보면 기업어닝 이외에 긍정적인 모멘텀은 없다는 뜻과도 같다.
만일 기업어닝이 예상보다 둔화되기 시작한다면 그나마 증시를 구제할 변수가 사라지는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