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일희일비는 금물

[내일의전략]일희일비는 금물

오승주 기자
2009.01.15 17:52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15일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월가가 시위를 하는 것 같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월가의 도덕성을 질타하는 등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 금융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두고 있는 오바마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실적시위를 벌여 금융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재차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3일 금융사 구제자금 7000억달러 가운데 아직 집행되지 않은 절반 가량인 2차분 3500억달러를 주택압류 위기에 처한 가계 지원과 학자금 대출, 중소기업 대출 등에 사용키로 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애초 계획한 것과 달리 자금 지원을 대형 금융사에 한정하지 않고 경기 침체 고통을 겪는 계층에 직접 수혜가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자금 집행 과정에서 투명성과 책임성도 대폭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바마 당선인과 신임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 금융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냉정하다"며 "사고를 저질러놓고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기보다 인센티브 파티를 벌이는 등 금융권에 자금을 지원해 놓으니 엉뚱한 데 쓴다는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세계인의 고통을 담보로 달러를 찍어내 씨티그룹을 비롯한 대형 투자은행들에게 자금을 지원했으나, 씨티그룹은 여전히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며 "신임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금융난을 볼모로 한 시위를 벌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 정부가 긴급구제금융프로그램(TARP) 등을 통해 씨티그룹에 520억달러의 긴급 자금을 1차로 지원했지만 이 자금이 어디로 갔는 지 아는 사람은 없다"며 "미국 증권감독 기관 홈페이지나 각종 자료를 찾아봐도 자금 행방은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관계자의 발언에 대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씨티그룹을 비롯한 미국 대형 금융사들의 실적 악화와 자금난의 후폭풍은 국내와 아시아증시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아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올들어 최대 하락률인 6.03% 내린 1111.34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도 올들어 최대 규모인 1857억원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44.5원 급등한 1392원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 급락과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지난 10월 금융위기 절정기에 일상적으로 보이던 상황이다. 여기에 실적이 좋지 않을 게 뻔한 금융기관들의 실적발표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16일 새벽에는 헷지펀드 운용 등으로 유명한 블랙록 자산운용과 JP모간체이스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20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와코비아의 실적발표가 대기중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실적발표와 더불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출렁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증시에서 수급을 뒤흔든 요인 가운데 하나는 프로그램 매도세였다. 568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11일 쿼드러플위칭데이 당시 9132억원의 순매도 이후 4개월만에 최대 매도 물량이 쏟아진 셈이다.

오현석삼성증권(96,200원 ▲2,800 +3%)투자정보파트장은 "지난해 연말에 넘어간 매수차익거래 물량은 연초 이후 외국인 매수로 인해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매수차익거래 청산 기회가 미미했다"며 "그러나 미국시장의 급락 여파가 차익거래 청산 기회를 제공하며 단기 수급에 불리한 요인으로 대두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형 금융사들의 실적 악화와 금융시장 불안이 재차 고조되면 대규모 프로그램 차익거래 물량이 증시를 뒤흔들며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을 것으로 오 파트장은 점쳤다.

다만 반등기도 대비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오 파트장은 "1200선 안착에 실패한 이상 코스피지수는 기존 1000~1200포인트의 박스권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장세 성격은 '펀더멘탈과 유동성' 대결 구도가 이어지지만 시중에 자금이 풍부한만큼 유동성 수혜주 중심으로 전개하는 편이 나을 것"으로 관망했다.

이같은 유동성 수혜주로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종과 건설주를 지목했다.

금융위기의 2차 도래는 앞선 지난해 10월과 달리 자금이 풍부하게 공급돼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모습으로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 파트장은 "증시가 불안한 펀더멘탈에서 풍부한 유동성으로 초점이 언제라도 바뀔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수혜주들이 재차 상승을 주도할 수 있다"며 "은행과 건설주가 계속 시장의 중심축을 형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준연 코리안리투자자문 대표는 "유동성 공급과 금리인하 가속화 등 재정정책이 가시화되기 때문에 단기적인 제 2 금융위기와 같은 극단적 상황을 가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금융위기 해결과정은 중턱 가량 왔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두려움에 질려 주식을 내던지기 보다 들고 훗날을 내다보는 게 맞다"며 "시장을 떠난 뒤 다시 들어오겠다는 전략은 더 큰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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