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환율 리포트도 외제가 낫다?

[기자수첩]환율 리포트도 외제가 낫다?

박상주 기자
2009.02.10 07:01

외국계 증권사의 환율리포트에 대해 '사대주의'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환차익을 겨냥한 것은 분명한 외국계 리포트를 맹신한다는 비판이다. 그 과정에서 국내 외환시장은 교란되고 외국인은 막대한 차익을 실현해 유유히 사라지곤 한다.

노무라 증권사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올 1분기말 145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통화스와프 계약 만기를 6개월 연장했지만,한국 은행들이 대외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 자금이 2월 말쯤 동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였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말도 되지 않는 리포트"라고 발끈했다. 그는 "노무라증권이 일본계 자금의 한국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전략적인 꼬임수"라며 "지난해 연말 상황에다 수치만 바꿨다"고 지적했다.

국내 외화자금이 부족해지면 원/엔 환율이 오르고, 일본계 자금은 한국투자를 통해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로 높은 상태다. 하지만 이보다 환율이 더 오를수록 일본계 자금의 환차익 규모도 커진다.

한 국내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일본계 투자은행(IB)은 과거 외환위기와 비슷한 '작은(small) 외환위기'에 대한 공포를 조성한 뒤 엔 자금을 투자하고, 이어 중장기적으로 환차익을 벌어가는 수순을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환율리포트가 정확한 것이 아니라 한국시장이 이들 전망에 휘둘리며 외국계 리포트에 맞춰 움직이는 게 문제"라며 "사대주의에서 벗어나려면 외국계 리포트도 국내 리포트와 똑같은 비중으로 보거나 역외 투기자본의 숨은 의도를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대주의의 또 다른 얼굴은 지나친 자기비하다. 국내 환율 전문가들은 요즘 분통터지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한국 금융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정확하거나 솔직한 예측을 하지 못한다"는 비아냥이나 "설사 예측을 정확히 해도 외압 등으로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 선물사 리서치팀 연구위원은 "외국계 리포트 맹신과 국내 리포트 무시는 동전의 양면처럼 겹쳐 있다"며 "외국계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은 국제투기자본에 한국시장을 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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