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위기1300명…금융위ㆍ증권사도 서로 책임전가
#지난해 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딴 K씨(29)는 요즘 자본시장법 얘기만 들으면 답답하기만 하다. 전담투자상담사가 되고 싶어 어렵게 공부해 자격증을 땄는데 자본시장법으로 설 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K씨는 "증권사에선 이젠 전담투자상담사와 계약을 할 수 없다고 하니 사실상 자격증은 무용지물이 된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달 말 증권사와 재계약을 앞둔 P(54)씨도 하루하루 속이 탄다. 2년간 법 시행이 유예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만 붙들고 있지만 아직 당국에선 이렇다 할 답변이 없으니 이러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눈앞이 캄캄하다. P씨는 “50대에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도 없고, 증권사 재취업도 힘든 상태라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증권업계 “전담투상 유예기간 달라”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실직 위기에 놓인 전담투자상담사(이하 전담투상)들이 대안 마련에 소극적인 감독당국과 증권사들의 책임 떠넘기기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증권사와 위탁계약을 맺어야 하는 전담투상들은 자본시장법 이후 사실상 불법 영업에 내몰린 상태다. 자본시장법은 이들이 업무를 지속하려면 증권사가 직원으로 채용하거나 신설된 투자권유대행인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권유대행인은 주식 및 파생 등 주문수탁 업무를 할 수 없어 수수료 수입에 의존해오던 전담투상들은 전환 의사가 없다. 증권사도 이들을 직원으로 채용할 경우 고용 및 비용 증가 부담을 떠 안게 돼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현재 금융투자협회(구 증권업협회)에 등록된 전담투자상담사는 1282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의 의견을 반영해 법 시행을 2년간 유예해 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청했으나 근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금융위원회에선 묵묵부답이다. 대량 실직 위기에 몰린 전담투상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지난 5일에도 증권사 관계자들은 협회에 모여 감독당국의 조속한 대응책을 재차 요구하기도 했다.
증권사 한 영업추진팀 관계자는 “증권사가 전담투상 모두를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유예기간을 둬서 자연스럽게 이직 또는 업무전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위 “투자자보호 위해 불가”=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증권업계의 전담투상 유예기간 요청과 관련, “투자자보호를 위한 조치”라며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고객 돈 횡령 등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불분명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증권사 임직원을 제외한 제3자에게 업무 위탁을 금지한 것”이라며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에 증권사와 계약한 전담투자상담사는 남은 계약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자격이 인정되지만 신규 계약이나 재계약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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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투상의 대량 실직 문제에 대해 금융위는 증권사들이 법 개정을 미리 알고도 안일하게 대처해 문제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금융위는 또 증권사의 직원 채용 및 투자권유대행인 전환 유도 등을 통해 전담투상의 실직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는 “지난 2007년 7월 법 제정이후 1년6개월 가량의 경과기간이 있었음에도 증권사들이 전담투상을 방치해뒀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 것”이라며 “이제와서 증권사들이 비용부담을 이유로 전담투상의 직원 채용을 못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법 제정 당시 감독당국이 투자권유대행인 제도 도입은 발표했지만 전담투상에 대한 규제나 폐지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었고, 공청회를 개최한 적도 없다”며 “이제와 업계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이야 말로 책임 떠넘기기”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