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삼성디지털이미징(이하삼성이미징)의 신제품 기자간담회 현장. 이날 간담회는 삼성의 독자 카메라 전문회사 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회사 비전을 선포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했다. 행사장에 뒤늦게 도착한 기자들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언론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박상진 삼성이미징 대표는 "2012년 매출 5조원 달성하는 세계 일류 카메라 기업이 되겠다"고 야심찬 각오를 보였다.
이날 삼성은 세계 최초 24㎜ 초광각 광학 10배줌 카메라 'WB500/WB550'과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스크린을 탑재한 'WB1000' 등 프리미엄급 제품을 비롯해 13종의 콤팩트 디카 신제품을 공개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최측과 카메라 기자들의 플래시도 연신 터졌다. 그런데 현장을 담는 카메라 가운데 삼성 카메라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 마크를 달고 있는 카메라는 전시장에 진열된 제품이 전부였다. 심지어 삼성이 이날 기자들에게 보도용으로 배포한 행사사진도 캐논의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로 촬영된 것이었다. 신제품을 소개하는 박상진 대표의 얼굴사진도 캐논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었다. 캐논과 니콘 등이 신제품 발표회를 할 때 행사 사진은 반드시 자사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겨버릴 수도 있겠지만, 삼성이 카메라 시장에 진출한지 30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까지 캐논 카메라로 촬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3년후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박 사장의 야심찬 각오가 공허하게 들리는 순간이었다. 더구나 삼성은 DSLR 카메라 시장에 뛰어든지 벌써 4년째다. 일본 펜탁스와 제휴해서 내놓은 제품이긴 하지만, 매년 신제품 라인을 추가하며 '캐논'을 넘겠다고 외쳐왔던 삼성이다.
삼성의 지난해 국내 디카 점유율은 35%. 올해 이 점유율을 44%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삼성의 목표다. 그러나 자사 행사장 촬영조차 경쟁사 카메라 제품으로 촬영하고 있는 삼성. 카메라 이용자들은 개별 제품들의 특성보다 브랜드에 유난히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세계 일류 디카업체가 되겠다는 삼성의 포부가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 현실이 되려면, 제품홍보에 앞서 '애용'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하지 않을까. 자신들도 사용하지 않는 카메라를 소비자들이 선택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