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나가는 대우조선해양

혼자서도 잘나가는 대우조선해양

지영호 기자
2009.04.14 07:42

[머니위크]

지난 3월 초, 거제도에서 남동쪽으로 약 15Km 해상. 시운전이 한창인대우조선해양(131,800원 ▲2,100 +1.62%)의 첫 드릴십 건조작업 현장이다. 하루에 한번 물자와 관계자를 태운 통선이 오는 것을 제외하면 외부와의 접촉도 없다. 망망대해에 외딴 섬 하나 있는 듯하지만 렌즈의 배율을 조금만 높이면 이곳 사람들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현장은 '외국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미국 트랜스오션사 선주 80여명, 벤더(기자재업체 관계자) 20여명 등 협력사 직원 200여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외국 사람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드릴십 건조의 막바지 작업인 시운전에 세계 인종이 몰려들었다.

아침식사 시간은 저녁식사 때와 비슷하다. 시운전과 검사를 하느라 밤을 새운 대우조선해양 직원들과 선주, 엔지니어들이 한꺼번에 식당으로 몰린다. 퇴근자와 출근자가 교차하는 현장이다. 톱사이드와 선체를 번갈아가며 24시간 내내 시운전이 진행되기 때문에 아침과 저녁의 구분이 없다.

상황이 바쁘게 진행되다 보니 개인의 경조사는 챙길 틈이 없다. 드릴링시스템전담업무를 하는 김태곤 대리는 "밤낮없이 계속되는 시운전 일정 때문에 직원들 가운데 자녀의 입학식, 졸업식이나 결혼기념일, 지인들의 결혼식에 참석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직원들의 열정에 선주들이 놀라워 할 정도"라고 말한다.

직원들의 이러한 열정으로 지난 4월1일,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대 유전개발 시추선사인 미국 트랜스오션사로부터 2006년 수주한 최초의 극심해 유전개발 원유시추선의 공사를 마치고 유전개발 현장인 멕시코만으로 시추선을 떠나보냈다.

◆차세대 드릴십 건조로 '사기 충천'

인수대상자 문제로 재계를 뒤흔들었던 대우조선해양이 이번에는 조선업계를 들썩이고 있다.

이번에 인도한 '디스커버러 클리어 리더(Discoverer Clear Leader)'호는 대우조선해양이 드릴십 분야에 진출한 뒤 처음으로 건조한 길이 254m, 폭 38m, 높이 127m의 초대형 시추선이다. 드릴십은 주로 수심이 깊거나 높은 파도로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을 때, 해상에서 자원 시추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시추선을 말한다.

처음 건조했지만 지금까지 건조된 드릴십 중 가장 혁신적인 여러 가지 기술이 채용됐다. 최고 깊이의 시추능력과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동화 전력제어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 시추선은 수심 3600m 아래 해저에서 8600m 떨어진 유정까지 정확히 뚫을 수 있다. 또 동시에 2개의 시추작업이 가능한 듀얼 드릴링 기능이 탑재돼 유전개발 시간과 비용을 최대 40%까지 절감할 수 있다.

드릴십 건조현장에 참여한 김창연 해양CM팀 차장은 “누구도 해보지 못한 신규 시장 진입이지만 보람과 자부심으로 일했다”면서 “해양시장을 선도하는 선주사와 일하면서 하나라도 더 이해하고 우리 것으로 소화해서 후속 호선에 접목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회사는 2005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46척의 드릴십 중 11척을 수주했으며, 지금까지 반잠수식 시추선, 승강식 시추선 및 드릴십 등 총 18척의 시추선을 인도했다. 또 고정식 원유 생산설비와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 등 해양플랜트 설비기술과 선박건조기술을 바탕으로 유전개발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고부가가치 해양설비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수퍼 컨테이너선 건조로 ‘화제’

4월1일 최첨단 시추선을 성공적으로 인도하기에 앞서 3월에는 세계 최대 크기의 컨테이너 운반선 건조에 성공한 것이 화제가 됐다.

세계 2위 선사인 MSC사에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인도한 것. TEU는 컨테이너선의 1회 운송량을 나타내는 말로, 세계 규격인 길이 20피트, 높이 8피트, 폭 8피트짜리 컨테이너 화물 1개가 1TEU를 의미한다.

즉 이 컨테이너선은 1만4000개의 컨테이너 화물을 한번에 옮길 수 있는데, 이는 부산항의 수출 컨테이너 하루 물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니 배 크기도 상상 이상이다. ‘MSC 대니트’란 이름의 이 컨테이너선은 갑판 면적이 축구장의 3배이고 길이는 63빌딩보다 116.5m나 더 길다.

대우조선해양은 MSC사의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비롯 1만TEU급 이상 36여척을 포함해 94척의 컨테이너선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올해 건조할 선박 중 34%가 컨테이너선으로, 10척 가운데 3척은 1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일 만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를 비롯 이미 수주해 놓은 3년 치 일감을 원활히 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제 2도크의 길이를 540m로 늘렸으며, 올 초 450톤급 크레인도 900톤 크레인으로 교체했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조직은 줄이되 채용은 늘리는 ‘불황돌파작전’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조선업계도 된서리를 맞았다. 3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빅3'의 올해 신규 수주 물량은 단 한건에 불과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 다이어트’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3월29일 대우조선해양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위기경영 극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직개편안의 핵심은 ‘중복 업무 통합’과 ‘절차 간소화’다. 기존 1부문, 1총괄, 10본부, 44담당, 172팀, 410파트의 조직을 1소장, 4부문, 2실, 34팀으로 압축한 일명 ‘대(大)팀제’를 도입했다. 조직개편으로 인해 최대 6단계를 거쳤던 결재가 최소 3단계로 줄어든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같은 조직개편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에는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임원을 비롯한 중간간부급 사원은 10~20%의 급여를 자진 반납하고, 사원급 직원들은 임금 동결을 결의했다. 이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1800여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할 방침이다. 이는 본사의 경우 당초 계획보다 25% 가량 늘린 채용 규모다.

남상태 사장은 “이번 일자리 나누기가 어려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한다”면서 “어려운 결단을 내려준 임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공을 돌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지영호 기자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