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을 갈겠다'던 친구

[기자수첩]'성을 갈겠다'던 친구

오승주 기자
2009.05.11 08:34

지난주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주식이야기가 나왔다. 친구는 유망한 종목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요즘 부쩍 유망주를 추천해달라고 요청받는 일이 늘었다. 각 증권사들이 향후 유망할 것으로 내세우는 업종과 종목의 대형주를 중심으로 추천했다.

하지만 친구는 다소 실망한 눈치였다. 단기적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빨리먹고 빠질 수 있는' 종목을 원했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지난해 급락장에서 주식투자로 상당히 많은 금액을 날렸다. 당시 손실을 입고선 "주식시장에 다시 발을 담그면 성을 갈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로부터 불과 6개월이 갓 넘은 시점에서 '돈되는 종목'을 알려달라며 다시 증시를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 친구의 성을 바꿔부르고 싶진 않다. 다만 실패를 경험한 뒤에도 기업실적과 펀더멘털 등 주식시장의 기초자료와 투자원칙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급등 예상 종목'만을 쪽집게 과외처럼 갈망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다.

그에게 주식투자자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물었다. 요즘 대출금리가 낮은 만큼 신용대출로 해결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올들어 신용융자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1조5036억원이던 신용융자잔액은 지난 주말 3조5229억으로 2조원 이상 급증했다. 특히 3월 이후 1조6095억원이 늘어나 신용융자액 증가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증시가 급등하면서 '돈버는 행진'에서 '나홀로 외면' 당할 것이라는 조바심을 가진 투자자가 많은 듯 하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주가가 계속 올라 영원히 매수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조바심이 투자자들을 위험한 투자로 몰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원칙을 되새기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빚내서 투자하지 말고, 단기흐름에 휩싸이는 분위기보다 기업실적 등을 감안한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분석 등 철저한 준비를 통해 차분히 시장에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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