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권영수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 겸 LG디스플레이 사장
한국 액정표시장치(LCD)산업은 세계 1위다.삼성전자(179,700원 ▼400 -0.22%)와LG디스플레이(11,500원 ▼30 -0.26%), 세계 1·2위 LCD패널업체가 모두 한국기업이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50%가 넘는다. 전세계 LCD패널의 50%가 한국산인 셈이다.
그러나 LCD 부품·소재·장비업계들로 시선을 돌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전반적으로 국산화율이 높아졌지만 노광기 등 고가의 장비·소재·부품시장에서는 여전히 일본 미국 등 해외기업들이 위력을 떨친다. 독점적인 해외기업들로부터 장비를 들여오다보면 설비투자 비용 등이 많이 들어 원가가 높아지는 요인이 된다.
열심히 패널을 만들어 팔아도 손에 쥐는 이익은 얼마 없고, 대부분 해외장비, 부품, 소재기업들 주머니만 채워준다면 한국 LCD산업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 LCD산업의 미래가 경쟁력 있는 장비·부품·소재업체 육성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3월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권 사장은 '상생의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협력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 관심이 많다. 장비·부품·소재기업들의 기대도 어느 때보다 높다. 협회장 취임 3개월째를 맞은 권 사장을 만나 한국 LCD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협회장 취임 3개월을 맞았습니다.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조그만 것, 실천할 수 있는 것,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협회 설립 취지가 장비, 재료업체들이 경쟁력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분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데 일조하려고 합니다.
―중국 자동차시장이 올 들어 미국 내 판매량을 앞서는 등 중국 소비시장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LCD산업도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LCD TV 판매도 아마 내년이면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것이란 예상들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정부의 가전하향(농민이 일정 가격 이하 가전제품을 살 때 구매가의 13%를 지원)정책의 영향이 큽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크기가 작은 66㎝(26인치)나 81㎝(32인치) 제품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미리 준비해 수혜를 더 입는 것 같습니다.
―중국 TV시장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나요.
▶중국은 아직 전체 TV의 60%가 브라운관 TV(CRT TV)입니다. 이제는 CRT TV와 LCD TV의 가격차가 1.3배 수준으로 좁혀졌습니다. 이 정도 가격차면 CRT를 살 이유가 없습니다. 여기에 가전하향정책으로 세금지원까지 해줍니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올해 전년 대비 신장률이 8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 옆에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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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도 LCD업체들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국 LCD업계와 격차가 좁혀지고 있습니까.
▶아직 중국 LCD업체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3개 업체가 있는데 모두 힘들어 합니다. 다만 대만과 중국이 가까워지는 것은 신경 쓰이는 대목입니다. 대만이 중국에 공장을 세우면 그때는 위협적일 수 있습니다.
―먼저 중국에 직접 공장을 세우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으신가요.
▶미묘한 문제입니다. 들어가려면 기술유출 등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고 남들이 들어가는 데 대해서는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LCD 산업에서 생산 수율을 올리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중국에 공장을 세운다고 중국의 실력이 금방 올라가기는 힘듭니다. 중국 공장도 대안 중의 하나일 수 있습니다.

―장비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이 당면과제인데요.
▶장비 국산화는 리스크를 서로 분담해야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검증이 안된 국산제품을 먼저 쓰는 데는 불안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서로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고 하고 미루면 될 수가 없습니다. 삼성과 LG 중 한쪽이 노광기를 국산제품을 쓴다면 다른 쪽은 증착기를 쓴다든가 하는 식으로 공동 분담이 필요합니다.
―국내 장비·재료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있다면.
▶LG와 삼성이 공동보조를 취하면 장비·재료업체들이 잘 풀릴 가능성이 많습니다. 각자 따로 가면 힘듭니다. 그간에는 만나는 모임도 적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분기에 한번씩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입니다. LG와 삼성이 의기투합하면 잘될 것입니다.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에게도 잘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파주 등 현장을 자주 찾으시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주문을 많이 따놨습니다. 지금은 고객을 만나는 것보다 제품개발과 생산 쪽 일이 더 중요합니다. 지난해에는 수주를 따내기 위해 참 많이 다녔습니다.
―현재 공장들이 풀가동 중인 것으로 압니다. 올해 내내 그럴 것으로 보시는지요.
▶복병은 대만업체들입니다. 그들이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치고 나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대만기업들이 가격급락을 혹독하게 경험했습니다. 무리하게는 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최근 LCD 가격이 오르는 추세인데요.
▶그동안 가격이 워낙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안 오를 경우 장사를 할 이유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점이 가격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세트업체나 TV업체들도 이제는 올라갈 때가 됐다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패널업체들이 적자를 보면 투자를 못하고 패널도 제때 공급하지 못하게 됩니다. TV업체들에도 LCD업체들의 적자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최근 LG디스플레이와 다른 기업의 차이는 '마른 수건 짜내기식 비용절감'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점 같습니다.
▶어려울 때는 직원들의 사기를 더 올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잘될 때는 저절로 사기가 올라가지만 어려울 때는 소주 한잔이라도 더 나눠야 합니다. 운동도 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심신이 피곤한 데 비행기라도 편하게 타고 가야 하고요. 미국식 경영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려운 시기가 오면 직원들 다 자릅니다. 한번은 미팅을 갔는데 상대방이 출장비가 끊겨서 미팅을 못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어려우면 출장을 더 자주 가야 합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자를 적게 낸다는 자신감, 직원들에 대한 믿음도 큽니다. 오히려 경기가 좋아지면 더 엄격하게 하려고 합니다. 잘되면 마음이 해이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LG디스플레이의 구미와 파주의 새 공장들은 잘 돌아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램프업(가동률 높이기)해서 초기에 공장을 풀가동하는데 통상 6, 7개월이 걸리지만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율도 정상 수율까지 가는데 상당기간이 걸리는데 2개월 만에 거의 도달했습니다. 직원들도 스스로도 놀라고 있습니다.
―새 공장들이 이렇게 잘 돌아가는 비결이 있다면.
▶철저한 준비와 팀워크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가동 중인 다른 공장에서 노하우 등을 잘 전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장들 사이에 미묘한 경쟁이 있을 수 있는데 팀워크가 아주 잘 이뤄졌습니다. 최고의 공장을 만들겠다는 열정도 큰 몫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새 공장이니까, 처음이니까 수율도 낮고 램프업하는데 시간도 걸린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 공장이니까 더 잘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직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기존 고정 관념을 빼고 찾아보면 해낼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등이 올 들어 새 LCD 공장을 가동하면서 LCD업계의 공급과잉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습니다.
▶여러 업체들이 최근 투자 재개에 대한 의향을 발표했지만, 100%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대만 업체들은 이번 위기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AUO 정도를 제외하고는 투자에 적극 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나 삼성전자의 새 공장 가동은 LCD 시장의 성장 속도와 비교해 공급과잉을 야기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4분기 말부터 내년 1분기 초가 전통적인 비수기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협회장 임기 중에 꼭 하시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임기 3년이 지났을 때 협회의 도움으로 경쟁력을 갖는 회사가 됐다는 업체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