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딜로 패키지 구조조정..PEF 특성 제대로 활용
이 기사는 06월04일(08:56)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6월 3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12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뒤 '딜 메이킹'에 참여했던 두산 직원들은 대부분 조기 퇴근을 했다.
지난 5월중순 첫번째 킥 오프 미팅을 시작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체력이 모두 고갈됐기 때문이다.
두산 계열사인 두산 DST, 삼화왕관, SRS코리아, 카이 등 4개 회사의 지분을 미래에셋PEF, IMM PE 등 2곳의 재무적투자자(FI)들과 함께 새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7800억원에 매각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총 2주.
외형상 4개 회사를 넘기는 작업에 불과해 보이지만 세부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대상 회사들의 실사와 평가를 거쳐 이사회와 FI들의 투자심의위원회를 모두 이 기간 동안 처리했다.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1년이상 기간을 소요하고도 딜이 무산됐던 것을 감안할 때 가히 ‘기네스 북’에 오를 만큼 짧은 기간이었다.
딜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구조조정을 해온 두산그룹과 사모투자펀드(PEF)가 만났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해 두산테크팩 매각당시에도 사모투자펀드인 MBK와 협상 전 과정을 한달여만에 끝내기도 했다.
물론 처리속도 만으로 딜의 점수를 매길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진정한 매각(True Sale)'로 볼 수 있느냐, 시간을 벌기 위한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두산의 이번 딜은 구조면에서 현 경제상황을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개별적으로 매각해오던 당초 방향을 바꿔 관련 회사를 모두 한데 모은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특히 구조조정 요구에 직면해 있는 다른 대기업들을 감안할 때 두산은 채권단에 끌려 다니지 않고 주도권을 갖고 움직였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결과적으로 매력적인 기업들을 한데 묶으면서 PEF들이 좋아할 만한 포트폴리오가 만들어 졌다. 셀러와 바이어간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자산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을 잘 간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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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초반만 해도 미래에셋PEF와 함께 참여하기로 했던 후보는 하나대투증권PE였다. 하지만 딜이 본격화 되면서 투자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하나대투PE를 대신해 비교적 자금 여유가 있는 IMM이 포함됐다.
미래에셋PEF와 IMM PE는 모두 2008년 국민연금 사모투자운용회사로 선정돼 종잣돈으로 받은 2000억원(미래에셋맵스), 1000억원(IMM PE)을 기반으로 설립한 PEF를 두고 있는 곳이었다. 이들은 이번 투자를 통해 "국민연금 자금 운용사들이 제대로 투자물건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PEF업계의 부정적 인식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단기간에 SPC를 통한 새로운 구조조정 모델을 만들기 위해 자문사들도 복수로 고용했다. 뚜렷한 영역은 없지만 회사별로 카이와 두산DST는 각각 하나대투증권과 딜로이트안진이 매각과 매수 자문을 맡았으며 삼화왕관과 SRS코리아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정KPMG가 역할을 했다.
이제 SPC가 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와 매각대상 계열사를 얼마나 신속하게 매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두산이 출판BG, 두산메카텍, 두산생물자원 등 남아있는 다른 계열사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지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