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식품업체 "오픈 프라이스 고민되네"

[기자수첩]식품업체 "오픈 프라이스 고민되네"

김희정 기자
2009.06.15 09:44

오는 10월부터 일부 가공식품과 의류 전반에 도입되는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를 두고 가공식품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픈 프라이스'란 제조사가 상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제도를 말한다. 이에 따라 최종 판매업자(유통업자)가 판매가격을 제품에 표시해 판매하게 된다.

지식경제부의 '가격표시제 실시 요령' 개정 방침에 따라 10월1일부터 의류는 물론이고 아이스크림, 빙과, 과자, 라면 등에 권장소비자가를 표시할 수 없게 됐다. 표시금지사항이 됐다. 할인점 등이 "권장소비자가격과 비교해 얼마 할인해준다"는 식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킬 수 있어 이를 금지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렇게 권장소비자가 없이 최종 판매업자가 가격을 정해 팔면 가격 결정의 헤게모니는 제조사에서 유통업체로 넘어가게 된다.

과자, 라면 등 가공식품은 대형마트의 대표적인 끼워팔기 상품이다. 소비자권장가격에 팔리는 일이 드물었다. 기존의 허울뿐인 소비자권장가격을 없애고 가격 거품을 거둬내자는 게 오픈 프라이스의 도입 취지다.

식품업체들은 철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진행했던 '1+1'(하나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할인판매)행사 등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권장소비자가격이 표시되지 않으니 최종판매업자들이 굳이 그런 편법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차라리 '떨이 상품'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가져본다.

그러나 한편으론 식품업체들은 유통업체의 압력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제과업체 A사 관계자는 "유통사의 입김이 더욱 거세지는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PL) 제품이 휴지에서 음료, 빙과, 과자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납품가격 인하 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의 저가경쟁 출혈이 고스란히 제조사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분야별로 브랜드 파워가 강한 1위 업체를 제외하면 2~3위권 업체들은 대형 유통사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슈퍼마켓 등 최종 판매업자들이 판매가격을 표시해주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도 불편을 겪을 수 있다"며 "가격표시가 없으면 계산대에 가서야 가격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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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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