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도이치자산운용 갈라선다

하나銀-도이치자산운용 갈라선다

임상연 기자
2009.07.06 07:58

기준가 오류 소송이어 수탁사 일괄 변경...업계 "사실상 관계 청산"

펀드 판매사이자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운용사인 도이치자산운용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펀드 기준가격 오류와 이에 따른 손실로 법적분쟁을 벌이고 있는 양사는 최근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도이치자산운용은 최근 하나은행이 수탁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자사의 모든 펀드를 대상으로 수탁사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펀드는 ‘도이치DWS브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 ‘도이치DWS프리미어에그리비즈니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 등 15개 해외펀드와 ‘도이치DWS코리아단기증권자투자신탁(채권)’ 등 1개의 국내펀드다. 이들 펀드의 총 설정규모는 5670억원 정도로 이중에는 하나은행이 판매를 담당하는 것도 있다.

도이치자산운용은 지난 1일 이들 펀드의 수탁사 변경을 위한 수익자총회를 개최했지만 모두 정족수(펀드 총좌수의 과반수 출석) 미달로 무산됐다. 하지만 도이치자산운용은 오는 15일 ‘연기수익자총회’를 개최해 수탁사 변경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자본시장법상 ‘연기수익자총회’는 정족수와 상관없이 참석자의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수탁사 변경 등 의안을 처리할 수 있다. 수익자총회에서 수탁사 변경안이 통과될 경우 하나은행은 연간 약 3억원(설정액 기준) 정도의 손해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도이치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 기준가격 오류가 발생하는 등 수탁업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하나은행이 담당하고 있는 모든 펀드에 대해 수탁사를 변경하기로 했다”며 “연기수익자총회에서 의안이 통과되면 하나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수탁사를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이치자산운용의 이번 수탁사 일괄 변경은 작년 10월 발생한 해외펀드의 기준가격 오류가 단초가 됐다. 당시 하나은행이 수탁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10여개의 해외펀드에서 기준가격 오류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도이치자산운용은 관련 펀드투자자들에게 13억원 가량을 배상했다.

이후 도이치자산운용은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을 상대로 14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하나은행은 “잘못이 없다”며 법적 맞대응을 밝히는 등 양사간 갈등이 고조됐다. 이에 업계관계자는 “펀드 기준가격 오류에 대한 법적분쟁이 감정싸움으로 확대된 것 같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사가 모든 펀드를 대상으로 특정 수탁사를 변경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은행들은 펀드 판매와 수탁업무를 동시에 취급하고 있어 갑을관계에 있는 자산운용사로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수탁사를 변경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수탁사를 변경할 경우 자칫 펀드 판매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도이치자산운용의 수탁사 일괄 변경은 사실상 하나은행과의 펀드 비즈니스 관계를 청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자산운용사 한 마케팅담당 임원은 “펀드 판매사인 은행과 좋은 관계 유지하기 위해 수탁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한 개도 아닌 모든 펀드를 대상으로 수탁사를 일괄 교체하는 것은 사실상 파트너쉽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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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 미래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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