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철폐도 좋지만, 회사채 투자자 보호는 생각 안 한 것이 아쉽습니다"
정부가 지난주 열린 '민관 합동회의'에서 회사 순자산의 4배로 제한돼 있는 회사채 발행 한도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히자 한 증권사 채권영업 직원이 한 말이다.
이 직원은 지난해 회사채를 발행했던 금호렌터카가 느닷없이 알짜자산을 그룹 계열사인 대한통운에 넘겼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원리금을 떼일 처지에 놓인 사채권자(社債權者)를 위해 별다르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터라 규제 완화 대한 걱정이 크다.
우리나라 회사채 시장은 발행자인 기업 편의 위주로 돼 있다. 그래서 원리금 상환 여부에 적신호가 발행해도 사채권자는 만기까지 회사가 무사하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종종 생긴다.
정부의 우려와 달리 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사실상 꺼리낄 것이 없다. 기업은 신용평가사로부터 발행할 채권의 신용등급을 받고 간단한 재무적 정보를 담은 유가증권신고서를 감독당국에 제출하면 된다.
발행 기업의 재무적 상황을 꼼꼼히 따져야 할 주관사도 채권 발행시 '제한조항(커버넌트)'을 두지 않는다. 예컨대 기업의 부채비율이 일정 수준을 웃돌면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옵션을 거는 식이다. 채권 만기전에 원리금 상환 가능성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사채권자의 원금 회수율을 높여주는 기능으로 선진국에선 일반화됐다.
사채권자 보호를 위해 까다로운 제한조항을 두기보다 발행을 성사시켜 주관 수수료를 받는 데 치중하는 증권사의 영업 행태도 문제다. 이 때문에 선진국처럼 별도의 채권수탁회사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온다.
자본시장통합법 뿐 아니라 최근 감독당국이 주식을 발행하는 기업에 대한 담당 주관사의 실사(듀 딜리전스)업무를 까다롭게 해 주식투자자의 보호를 위한 장치를 강화했지만, 여전히 회사채 투자자는 소외됐다.
발행 한도를 법으로 제한하기보다 기업 자율에 맡기는 대신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발행 주관사의 투자자 보호 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원칙론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미 채무자와 채권자의 시소가 채무자로 기운 상황에서 이번 규제완화는 기울어진 곳에 무게를 더한 모양이 됐다. 채권자보호를 강화시키면서 규제를 없앴다면 더 많은 호응을 얻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