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랫만에 만난 한 자산운용사 CEO에게 물었다.
"펀드시장 선진화를 위해 도입된 각종 펀드 관련 제도들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겉도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러자 그는 대뜸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반문했다.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펀드시장을 선진화시키고 투자자 부담을 줄이자는데 나쁠 게 없죠. 문제는 제도가 마련되는 방법과 시행되는 시기예요. 시장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만들면 무조건 따르라는 식이니 제대로 되겠습니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관치가 또 다시 고개를 들라고 하는지...답답할 뿐이예요."
쉽게 말해 금융감독당국의 일방통행식 제도 마련과 시행 때문에 최근 도입된 각종 펀드 관련 제도들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지난해 말 도입된 스텝다운보수(이연판매보수) 체계는 이후 출시된 모든 주식형펀드에 적용되고 있지만 그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펀드 판매사와 운용사들이 정해진 틀 안에서만(매년 10% 이상, 3년 이상 인하) 새로운 보수체계를 적용하면서 온라인펀드가 오프라인(지점용) 펀드보다 비싸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도입된 펀드 판매수수료 차등화 역시 마찬가지다.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있는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도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 출시되고 있는 펀드들은 판매사가 한 곳인 경우가 많아 실제 제도가 시행돼도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도입된 또는 도입될 예정인 펀드 관련 제도들은 업계 판도에 큰 변화를 줄 만큼 중대한 사안이지만 이렇다 할 공청회 한 번 없이 전적으로 금융감독당국 내에서 만들어지고 시행되고 있는 사실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업계 의견도 일부 반영됐다고 해명하지만 몇몇의 의견이 시장을 대변하기 힘든 것은 자명하다.
지난해 금융감독당국은 권위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금융서비스란 개념을 도입했다. 하지만 보다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은 '쇼맨십(Showmanship)'보다는 실제 시장과의 소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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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이름난 명의라도 환자를 보지 않고 처방을 내릴 수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뛰어난 관료라도 시장과의 소통 없이는 시장친화적인 제도를 만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