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외국인 내부의 충돌?

[개장전]외국인 내부의 충돌?

김진형 기자
2009.09.25 07:31

연초 매수한 外人, 차익실현 욕구 커져..당분간 변동성 확대

외국인들이 거래소 시장에서 15일만에 매도를 기록했다. 매도 규모는 1069억원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외국인들의 매도는 이보다 더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그램 비차익매수 때문이다. 비차익매수는 전일에도 2521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11일째 매수 행진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비차익매수의 주체로 외국인을 지목하고 있다. FTSE 선진국 지수 편입 등으로 한국 시장을 바스켓으로 담는 외국인들이 꾸준히 비차익매수를 통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전날의 비차익매수 2500억원을 감안하면 실제 외국인들의 매도 규모는 3000억원을 상회했다는 얘기가 된다.

비차익거래는 매수인데 전체 외국인 매매는 순매도라는 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각각 별개의 세력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국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외국인들이 비차익매수를 계속하고 있지만 이미 한국 주식을 담고 있는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외국인들 사이에서 매수와 매도가 충돌하고 있다는 것.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개별 주식을 매도한 세력과 비차익으로 매수한 세력은 다른 외국인들로 보여진다"며 "일부 외국인들의 경우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외국인들은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과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까지 모두 취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에 근접하면서 지수 상승 탄력이 둔화될 수 있음에도 환율 하락은 가파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환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 있었다. 하지만 환율이 1200원을 하향 돌파하면서 환율의 하락 속도는 둔화되고 있고 최근 달러화는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어 환차익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고 있다. 결국 작년 말이나 올 상반기에 주식을 매수한 외국인이라면 차익실현의 욕구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신영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주가 저점을 기준으로 달러화 환산 코스피지수는 현재 이미 2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올해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상당한 평가차익을 누리고 있다는 얘기고 평가차익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외국인들의 매수 기조 자체가 매도로 전환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초에 한국 시장에 들어왔던 헤지펀드나 모멘텀 플레이를 하는 자금 등은 차익실현 욕구를 느낄 수 있다"며 "하지만 미국계 등 장기성 자금들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손바뀜일 뿐 추세의 전환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의 매수 일변도의 외국인들 사이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지수의 탄력적인 상승은 제한될 수 있고 전날처럼 신규 매수하는 외국인 세력이 주춤할 경우 일시적인 수급 공백이 발생하며 지수가 하락할 위험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FTSE 효과로 지난주 매수세가 급하게 유입됐을 뿐 외국인들은 9월 이후 한국 시장에 대해 경계 스탠스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경계경보= 여전히 시장은 상승 추세에 있고 기술적으로 바람직한 조정일 뿐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3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는 특별히 증시를 이끌 재료가 부재한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 증시도 출구전략 우려 등으로 상승 탄력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현 시점은 목표 수익률을 짧게 잡고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의 시장대응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증시를 비롯한 주요지표들의 위치를 고려할 때 당분간은 변동성이 좀 더 확대될 수 있음을 감안한 시장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기조정을 거친 이후에도 3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대형 우량주들이 반등의 중심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 변동성을 이용한 트레이딩 전략이라도 아직까지 대형 우량주 위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극심한 차별화 장세에서 갈피를 잡기 힘들다면 자신의 투자성향별로 대상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기존 주도주를 계속 추격 매수하고 중립적이라면 주가 상승률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내수주 중심의 매매를 권한다"고 밝혔다. 또 "6개월 이상 장기 투자를 고민한다면 조선이나 기계와 같은 경기민감주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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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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