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바마를 위한 변명

[기자수첩]오바마를 위한 변명

김경환 기자
2009.10.13 09:09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오바마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오히려 모국인 미국 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정치적 입지를 위축시킬 치명적 약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언론들의 평가는 혹평 일색이다. 특히 보수언론의 대표주자 루퍼트 머독 회장이 이끄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소한 3년 이상은 지나야 대통령이 희망을 달성했는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LA타임스는 한 발 더 나아가 "노벨평화상 자체 신뢰성도 깎아버렸다"고 비난했다. 공화당과 보수파 논객들은 아예 오바마의 수상을 '좌파의 득세'라고 몰아붙이면서 수상 포기마저 종용한다.

그의 선정 사유도 논란을 촉발시키기 충분하다. 노벨 위원회는 그의 비핵화 업적을 꼽았지만 주지하다시피 북한 문제를 포함한 오바마의 대외정책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이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건강보험 등 개혁책들도 반대파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 한 발도 못 내딛고 있다. 그나마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에서 미국을 구해내고 있다는 업적을 들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진행형인데다 이는 경제학상 분야이다. 취임 10개월밖에 되지 않은 초짜 대통령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누가 봐도 무리수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러니 수상 소식에 백악관도 놀랐을 법하다.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도 성명을 통해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이 쯤에서 그를 위한 변명도 한 마디 필요할 것 같다. 슈퍼파워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그 존재만으로도 갖는 무게감이다. 사회정치적 소수자 오바마의 당선은 그 자체로 전세계에 신선한 동기를 부여했다.

그리고 금융위기로 가라앉은 세계는 지금 변화의 한 가운데에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전 미국 대통령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다자외교, 기후변화협약 등의 실험에 나서고 있다. 굳이 오바마를 위한 변명을 한다면 이번 수상은 앞으로 이에 걸맞은 결실을 이끌어 내라는 선제적인 독려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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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경제부장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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