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없는 과세' 상장펀드 고사위기

'원칙없는 과세' 상장펀드 고사위기

임상연 기자
2009.12.10 11:48

환금성 악화 "과세 유예후 거래세 일원화" 주장

정부가 ETF(상장지수펀드)와 폐쇄형펀드 등 상장펀드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이후 펀드시장에서는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다수 펀드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수확보에만 골몰해 원칙없이 과세를 결정하면서 상장펀드시장이 고사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한다.

상장펀드 과세는 이현령비현령?

상장펀드 과세와 관련 업계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기획재정부의 원칙없는 과세기준이다. 기획재정부는 국내ETF에는 거래세를 부과하는 반면 해외ETF와 폐쇄형펀드에는 배당소득세를 징수키로 결정했다. 똑같은 상장펀드임에도 불구하고 과세항목은 각기 다른 것이다.

이는 기획재정부 소관부서별로 상장펀드에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탓이다. 펀드 관련 세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는 "상장펀드도 근본은 펀드이기 때문에 배당소득세를 징수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주식 관련 세제를 맡고 있는 환경에너지세제과는 “상장펀드가 주식처럼 거래되는 만큼 거래세가 부과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는 해외ETF와 폐쇄형펀드는 세부담 완화 차원에서 거래세 부과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즉 소관부서간 입장차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형 상장펀드 세제가 탄생한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대표이사는 “상장펀드에 주식과 펀드 관련 세제를 모두 적용하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있냐”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과세방법도 없이 과세 결정?

상장펀드의 과세기준뿐만 아니라 과세방법도 문제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7월부터 해외ETF와 폐쇄형펀드에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되 과세방법은 일반 펀드처럼 과표기준가를 이용한 보유기간 과세로 결정했다.

문제는 현재 펀드 과표기준가는 하루 한번 증시가 종료된 이후 고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중에 거래된 상장펀드의 과표기준가를 일일이 계산하지 않는 한 세금 부과가 불가능하다. 기획재정부는 원천징수 의무가 있는 증권사에 관련 시스템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막대한 전산개발 및 관리비용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상장펀드 중 폐쇄형펀드들은 주가와 과표기준가가 상이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주가는 하락해도 과표기준가가 오르거나, 반대로 주가는 상승해도 과표기준가가 내려가는 가격간 괴리현상이 발생하는 것. 이 때문에 손해를 보고도 세금을 내야 하는 황당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논란이 예상되자 기획재정부는 뒤늦게 대책마련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관계자는 “뾰족한 대안도 없이 과세안부터 발표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며 “시장에 미칠 충격부터 고려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과세 유예 또는 거래세 일원화

자산운용업계는 상장펀드의 유동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그나마 거래가 미미한 상장펀드에 세금이 부과되면 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상장펀드의 거래량은 극히 부진한 실정이다. 일부 ETF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장펀드는 하루 거래량이 1만주에도 못 미친다. 아예 거래가 없는 상장펀드도 20개가 넘는다. 업계에서 "세수확보 효과보단 시장만 고사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상장펀드의 유동성 부족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투자자들이다. 우선 제 때 주식을 팔지 못해 자금융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또 급전 마련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주식을 헐값에 내다팔아야 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상장펀드에 세금이 부과되면 사실상 환금성은 사라지고 정부가 만든 펀드상장제도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장펀드의 환금성 악화로 고객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판매사와 운용사들이 상장펀드 판매 당시 증시 상장에 따른 환금성 보장을 크게 홍보한 터라 자칫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환금성 악화로 각종 고객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시장 발전과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과세를 유예하고 거래세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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